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가 여론 왜곡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실검이 1분 만에 '탄핵'에서 '지지'로 교체되는 등 키워드 뒤집기와 인위적 순위 조작이 심각, 댓글 사태에 이은 제2의 드루킹이 우려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30일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온라인 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 조작 관련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와 시계열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상적인 이용 행태로 볼 수 없는 검색어 입력 패턴과 이를 조장하는 행위가 다수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국' 실검 조작 논란이 있었던 지난 8월 27일 전후로 네이버 등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비교해보면, 유독 네이버에서만 '조국 힘내세요'라는 키워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검색어는 최근 3개월간 단 하루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국민이 통상적으로 자주 검색하는 '날씨'나 당일에 이슈가 된 다른 키워드와 비교 시에도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김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해당 키워드 입력을 독려한 정황이 다수 발견되고 있어 여론 조작행위가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검은 특정 목적을 가진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순위를 끌어 올려 전체 국민의 여론인 것처럼 왜곡할 수 있는 구조적인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용자가 집단적으로 키워드를 입력하는 방식과는 다른 기술적 실검 조작의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9월 9일 수차례(14시 55~56분, 17시 33~34분, 18시 10~11분)에 걸쳐 40대 연령의 실검 순위 중 '문재인 탄핵' 키워드가 단 1분 만에 순위(1위)를 유지한 채 반대 의미인 '문재인 지지'로 뒤바뀐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줄곧 1위에 있던 '문재인 탄핵' 키워드는 순위 내에서 찾아볼 수도 없게 사라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중 특정 키워드만 직접 수정했거나 특정 목적을 가진 자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 4명 중 3명이 네이버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용자 62%가 포털이 언론이라고 생각할 만큼 네이버의 여론 영향력이 높은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인위적 실검 조작을 통한 여론 호도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며 “포털 실검에 대한 왜곡과 조작은 어떠한 방법과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사회적 근간을 흔드는 사실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포털사이트는 이용자가 실제 입력한 결과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 해외 주요사이트처럼 실시간 검색어 자체를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검색서비스 구글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게시하지 않는다. 사후적으로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라는 서비스가 있으나 이마저도 한국에서는 제공하지 않는다.
한편 포털의 실검 조작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행 법령에는 관련 처벌 규정이 없다. 포털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규정에도 '실시간 검색어 조작' 등에 대한 조치는 빠져있다. 최근 국회의 문제인식에 따라 실시간 검색어 관련 조작 금지와 관리 의무 등을 명시한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