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에 이어 한국은행도 국내 성장세가 당초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7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7월 전망치를 내놓은 지 두 달이 흘렀는데 그간 흐름을 종합해보면 하방 리스크가 좀 더 크지 않나 그런 걱정을 한다”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 위축, 글로벌 밸류체인 약화를 들었다. 그는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좀 더 갈 것이고, 언제 다시 반전 모멘텀을 찾을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며 “주요 국제기구가 내년에는 성장세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연내에는 불확실성 여파로 쉽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국내 실물경제도 8월 수출이 13% 감소하는 등 둔화세를 나타냈다고 판단하며 “현재 부진한 수출과 투자의 가장 큰 원인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인데 국제전문기관 전망을 비춰보면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 진입까지는 (당초 전망인 연말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은 잇따라 전망치를 낮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2개 경제전망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0%, 내년 2.2%로 집계됐다. 그 중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지난 4일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1.8%로 낮췄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의견을 인용, 내년 성장 전망은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IMF 전망에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보호주의무역 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며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회복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다시 한 번 무게가 실렸다. 통상 한은은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8월 금통위에서 두 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만큼 그 시점은 10월이 유력하다.
한편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농수산물과 석유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8~0.9%로, 1%에 가까우며 여기서 정부 정책 영향을 제거하면 1%를 넘어간다”며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에 상당히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