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주춤했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하반기 반등을 위해 중국 광군제(11월 11일)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국 수출이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띄는 상황에서 광군제는 중국 내 K뷰티 영향력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꼽힌다.
29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화장품 시장서 한국은 국가별 수입액 기준 2위로 밀려났다. 일본이 16억9970만달러로 한국(15억7160만달러)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고, 프랑스가 15억931만달러로 바싹 뒤쫓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선두를 유지했던 K뷰티가 역전을 허용한 것은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J뷰티의 공격적 마케팅과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저가 화장품을 앞세워 중국에 진출한 한국산 브랜드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여기에 중국 현지 브랜드 상승세도 매섭다.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 '바이췌링'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키우면서 한국 브랜드 수요가 둔화됐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공격적 출점과 마케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를 발판으로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K뷰티는 하반기 들어 상반기 부진을 딛고 조금씩 반등을 꾀하고 있다. 6월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7% 역신장했지만 7월 들어 10.5% 신장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도 작년 동월대비 28.6% 증가하며 두 달째 회복세를 보였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역직구나 중국 현지 유통 벤더에 대한 수출 물량 등 실수요가 함께 늘어났다”면서 “홍콩발 정치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광군제 물량을 미리 준비해놓으려는 선수요도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광군제 실적이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체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용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 소비자 연구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티몰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알리바바 티몰에서 화장품 브랜드별 주력 제품을 선정해 관련 마케팅을 집중 전개할 계획이다. LG생건은 지난해 광군제에서 '빌리프' 대표제품인 '더 트루 크림-모이스처라이징 밤' 광군제 에디션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후의 인기 제품 '천기단 화현세트'는 전년대비 90% 증가한 6만1000세트가 판매됐으며, 숨 '워터풀 세트'도 판매가 208%나 뛰며 광군제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애경산업도 지난달 티몰 글로벌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사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를 비롯해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티몰에서 공식 판매하기로 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