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반도체 '천재일우' 기회가 온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불화수소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초기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 당장 핵심 소재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생태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불화수소 국산화와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급 다변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정치적 목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든 일본이 궁지에 몰렸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진정한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결정적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 산업의 뿌리인 소부장 육성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을 통해 시급한 연구개발(R&D)·실증 사업이 이미 시작됐고, 내년에는 R&D를 포함한 소부장 관련 예산이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다. 이제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펼칠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부처 간에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과제 등이 남았다. 최근 상황 변화가 쉬이 사그라지는 유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에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또 다른 희소식도 들려왔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가 한국으로 R&D센터를 이전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반도체 장비 개발을 선도하는 업체가 차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우리 땅에서 직접 개발한다는 것은 한국을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R&D 노하우와 기술이 우리나라에 뿌리내려 향후 수십년 동안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양사가 평택과 용인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반도체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세계 수준의 소부장 업체들이 집적되고 인재들도 모여들 것이다. 우리나라가 36년 전 64K D램을 개발했을 당시에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미진했던 시스템반도체 육성도 착실하게 진행 중이다.

반도체 산업만 놓고 보면, 가히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천재일우'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수출 급감 등 불안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걱정할 것이 아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시황은 언제나 그랬듯 부침을 겪는다.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는 선두 주자는 불황을 견디고 제어할 수 있는 체력이 있어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이다.

이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다가온 기회를 현실화시킬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과 관심을 쏟고, 기업의 기를 살릴 규제 완화도 뒤따라야 한다. 후손들에게 훌륭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현 세대의 가장 큰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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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미래산업부 데스크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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