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교수의 정신건강 즉문즉답 (7)] 공황장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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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손자병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은 바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 나는 이 구절을 “공황장애를 알고 나를 알면 공황발작이 백번와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생각해보았다.
 
먼저, 공황발작을 의인화해서 공황발작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겠다. "나는 공황발작이다. 나는 예고 없이 갑자기 사람들을 방문한다. 나는 밤에 외진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바로 앞에 만난 것처럼 심장이 급격하게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호흡 곤란 등의 당사자에게는 정말 뜬금없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증상을 보여준다. 나의 방문객은 ‘이제 죽겠구나’하는 엄청난 공포감과 불안감으로 나를 마주한다. 심지어 내가 방문 하지 않을 때조차도 내가 또 오지 않을까하는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을 느끼며, 심장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뇌졸중 등의 신체적 질병으로 죽지 않을까 걱정한다.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비슷하게 생긴 솥뚜껑만 봐도 소스라치듯, 나를 만난 유사한 상황이나 장소를 피한다. 결국 나의 방문객은 공황장애가 깊어지면서 삶 전체에서 할 수 없는 것, 갈 수 없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방문객의 삶은 위축되며 삶의 반경은 좁아지며 공포와 불안은 일상화된다.”
 
나는 나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 하겠다. “내가 보여주는 갑작스런 신체적증상은 비록 그 순간 힘들고 괴롭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나를 가만히 바라 볼 수만 있다면 짧게는 수분이내 아무리 길어도 일반적으로 1시간을 넘지 못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나는 우리 속에 있는 호랑이와 같아서 당신의 생명을 앗아갈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의식을 할 수도 있지만 의식을 못할 만큼 자동적으로 빠르게 반응하여 우리가 생각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생각을 정신의학적 용어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동적 사고는 매우 빨라서 우리가 인식하기 힘들다. 많은 경우 자동적 사고는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공황장애에서의 대표적인 왜곡된 자동적 사고는 ‘파국적 해석 오류(carastrophic misinterpretation)’이다. 예를 들어 공황 발작의 신체증상을 죽을 것 같다고 잘못 생각을 한다면 오히려 교감 신경계가 흥분되어 더 불안해질 것이다. 또, 공황발작이 오면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어서 자신이 아무 대처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잘못 생각을 한다면 공황장애는 더 악화 될 것이다.
 
공황 발작이나 공황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파국적 해석 오류의 왜곡된 자동적 사고와 이에 뒤따르는 역기능적 행동을 바로 잡아 주는 일,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의 시작이다.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는 미국정신과의사협회의 공황장애 치료지침과 한국형 공황장애 치료지침에서도 약물치료와 더불어 가장 권고하는 치료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듯, 공황장애도 공황발작이라는 증상 자체의 문제보다 그 증상을 바라보는 생각과 행동이 더 중요하다.
 
오늘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은 “공황장애를 알고 나를 알면 공황발작이 백번와도 위태롭지 않다. 즉, 공황장애를 정확하게 알고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게 알면 공황장애는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
 
사공정규 교수는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작가, 칼럼니스트이다.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 교육부 ‘위(Wee)닥터’ 자문의 대표, 교육부 ‘힐링어벤저스’ 대표강사, 사단법인 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하버드의대 우울증 임상연구원과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유연 기자 (ly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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