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예산 60억 전액 삭감...日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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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치열한 기술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주목받았던 양자암호통신이 테스트베드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운명에 직면했다.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고도 실전 투입 기회를 얻지 못한 기업은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10월 예산국회에서 극적 소생할 지 관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청한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 예산 60억원이 전액 삭감된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제출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일부 연구개발(R&D) 예산만 포함됐다. 〈본지 8월 20일자 1면 참조〉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에 투자할 내년도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가운데 정부가 투자한 양자 테스트베드가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꼬리표를 내년에도 떼지 못하게 됐다.

양자암호통신은 컴퓨터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암호 기술로, 5세대(5G) 이동통신 등 초연결사회를 지킬 핵심 보안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사와 중견·중소기업은 빠르게 핵심 기술을 습득한 데다 해외 유력 기업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기술을 적용해볼 마땅한 시험망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양자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상용 기술이 개발된 상황에서는 R&D 투자만큼이나 테스트베드 투자도 중요하다”면서 “통신 기술과 장비는 특히 상호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은 일찍부터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가동하며 기업을 지원했다. 일본은 2010년 개방형 '도쿄 QKD 네트워크'를 지원했고 2015년에는 NEC데이터센터, 도시바-동북대 의료데이터에서 잇따라 시범서비스 실증망을 가동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영국 모두 2010년을 전후로 실험실을 벗어나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는 개방형 시험망을 설치했다. 심지어 중국과 미국은 일부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상용망을 설치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 예산(안)을 넘겨받은 국회는 상임위 검토를 거쳐 예산 추가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 2020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될 예정인 10월 22일이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더라도 여야가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일정 금액의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다만 이렇게 추가된 예산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될 확률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양자암호통신 전문가는 “일본 수출제한 사태에서 보듯 국내 기업이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수요가 없으면 기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국회와 정부가 기업이 확보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국 양자암호통신 시험망

(자료 : 한국정보화진흥원)

양자 예산 60억 전액 삭감...日 웃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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