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모바일 앱에서도 H&B스토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존 위기를 겪는 국내 화장품 원브랜드 로드숍의 부진한 업황 역시 모바일에서 두드러졌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국내 화장품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585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3% 성장했다. 모바일이 국내 화장품의 주요한 유통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화장품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멀티숍이 각광받는 화장품 시장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됐다.
닐슨코리안클릭이 화장품 모바일앱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리브영·롭스 등 H&B스토어 앱 순 이용자수는 지난 2년간 94.8% 성장한 71만명(2019년 7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니스프리·미샤 같은 로드숍 단일브랜드 앱 이용자수는 같은 기간 14.1% 증가한 43만명에 그쳤다.
2년 전만 해도 로드숍 앱의 이용자수가 H&B스토어보다 근소하게 앞섰지만 불과 2년 새 역전은 물론,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온·오프라인이 궤를 같이 한다.
멀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H&B스토어 올리브영은 화장품 유통 주요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매장 수가 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2013년 6000억원대 수준이던 국내 H&B 시장규모 역시 지난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2조29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세대 로드숍들도 기존 '원브랜드'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멀티숍 전환, 유통창구 다변화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자사 브랜드 매장을 멀티숍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편집숍 매장 형태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 중이다. 네이처컬렉션은 더페이스샵 제품을 비롯해 비욘드·이자녹스·수려한 등 계열 브랜드를 배치해 고객 유인 요소를 높였다.
에이블씨엔씨 역시 대표 로드숍 브랜드인 미샤 대신 새로운 멀티숍 브랜드 '눙크(NUNC)'를 론칭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눙크는 미샤·어퓨 등 자사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하다라보·캔메이크·지베르니 등 150여개 브랜드 3000여 제품을 판매하는 화장품 편집숍이다.
모바일에서도 이 같은 멀티 형태의 종합 매장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단일 브랜드숍에서 벗어나 자사 브랜드를 한 데 모아 선보인 종합 브랜드앱 이용자수는 올해 7월 기준 50만명으로 2년 새 172%나 급증했다. 올해 6월 처음으로 로드숍앱 이용자수를 제치며 새로운 화장품 온라인 소비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 브랜드에 대한 충성고객이 줄고 다양한 제품을 비교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모바일에서도 H&B스토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