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박막 증착 과정을 장비 안에서 바로 관찰·분석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박막 소재 농도와 결정구조를 실시간 파악하고 공정 최적화까지 가능하게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성일)은 허훈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박사팀이 웨이퍼 위 박막이 형성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화학증착소재 실시간 증착막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박막 증착 공정은 박막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층 형태로 겹겹이 쌓아가는 핵심공정이다. 박막 두께가 1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매우 얇아 이를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박막 형성 상태를 수시로 측정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장비에서 박막을 꺼낸 뒤 별도 분석기기로 증착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산소나 수분과 박막이 접촉해 변질하는 문제가 생겼다.
생기원이 새로 개발한 장비는 내부에서 박막 형성 과정을 알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비에 '라만 분광 장치'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단색광을 물체에 쬐면 산란광 속에 다른 파장의 빛이 생기는 '라만 효과'를 활용해 박막 소재 농도나 결정구조, 결정성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공정 최적화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또 박막 물성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유전율을 유추할 수 있는 분석기법도 개발했다. 유전율은 전기장을 가했을 때 분자가 정렬, 전기를 띠는 현상의 정도를 뜻한다. 이 분석기법은 고집적화, 고속화 구현에 유리한 저유전율 특성 반도체 물질 개발에 쓸 수 있다.
허훈 박사는 “국내 기술력으로 박막 분석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소재장비 국산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차전지, 태양전지용 전극소재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