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비용 해외 특허 출원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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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출원한 특허가 해외에서는 출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특정 특허가 국내에서만 보호받고 해외에서는 그렇지 못함을 뜻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 95.7%를 해외 시장에 등록하지 않아 권리 보호를 포기하고 있다. 이유는 대다수가 해외 출원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이라고 한다.

빈번해지는 특허 분쟁 등으로 해외 특허 출원의 필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그런데도 비용 때문에 해외 보호를 포기하는 것은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출원 비용을 살펴보면 전체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현지 대리인 청구 비용이다. 미국, 유럽에서 발생하는 등록 비용은 보통 건당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비용을 많이 지급하는 만큼 수준 높은 업무 수행을 담보 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해외 출원의 경우 국내에서 초벌 번역할 때를 제외하곤 온전히 해외 대리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현지 대리인은 발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특허 출원 과정에서 연락을 취하고 내용을 수정하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 모든 과정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발명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면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해외 출원 업무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외 출원 과정에서 국내 전문가를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에 맞는 대안이다. 현지 언어와 특허제도를 잘 아는 국내 대리인에게 현지 대리인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 맡긴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특허서류 작성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발명가와 수시로 협의가 가능하다. 권리 설정 등 과정에서 세밀한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질 높은 특허 등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국내 출원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해외 대리인은 전문성이 높을 것으로 지레 인정하고 수동 입장에서 따르기보다 제공받는 서비스가 과연 해외 대리인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인지,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가능하면 국내 전문가를 신뢰하고 좀 더 많은 부분을 맡겨야 한다. 국내 전문가의 현지 언어와 특허제도, 심사 절차 등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내 전문가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출원인의 해외 특허를 온전히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의식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 대리인이 거의 고칠 것이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 완벽하게 출원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해외 대리인을 적절히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서 해외 대리인이 우리 출원인에게 고가의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교섭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해외 특허 출원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비용 부담 때문에 출원을 포기하는 현재 상황과 함께 출원은 하더라도 특별할 것 없는 해외 대리인 서비스에 많은 비용을 당연한 듯이 지출하는 관행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좀 더 저렴한 비용, 높은 품질의 해외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 출원인과 국내 전문가 모두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외에 지출하는 비용을 현저히 줄이고 국내에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출원 서류를 만들 수 있어 해외에서 자산으로 활용 가능한 좋은 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절감된 해외 대리인 수입은 국내 출원인과 국내 대리인의 수입이 되기 때문에 외화 유출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leejs@wethepeo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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