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건강한 미생물군의 장속 이식으로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연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기존 치료제가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 치료법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묵인희 서울대 교수, 배진우 경희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조절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장애와 기억손상을 동반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등 뇌 속 단백질의 축적, 신경세포 손상과 과도한 염증반응 등 전형적 신경병리학적 특징을 나타난다. 그러나 발병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라는 병리적인 특징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최근 자폐증과 파킨슨씨병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장내 미생물과 뇌 질환과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생쥐모델에서도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가 보고됐지만 어떤 경로로 변화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의 뇌 병변이 악화될수록 정상 생쥐와의 장내 미생물 구성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통해 장내 미생물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치매 생쥐모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종 구성이 정상 생쥐와 다르게 변형됐고 만성 장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미생물 군집 변화로 인한 장벽기능 약화가 장내 독소의 혈액으로의 누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증가됨을 규명했다.
실제 장내 미생물 균총의 균형이 깨어진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에 16주간 주기적으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투여하는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 FMT)을 통해 장내 환경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질환 생쥐모델의 기억과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됐다. 뇌 내 특징적인 단백질 축적과 신경세포의 염증반응도 완화됐다. 장 조직 세포의 퇴화와 혈중 염증성 면역세포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생쥐모델에서 장벽의 누수와 혈액 내 면역세포에 의한 염증반응, 그리고 뇌 병변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바로잡아 알츠하이머병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수행한 분변 미생물 군집 이식법은 수백 종의 미생물을 한꺼번에 이식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떠한 종의 미생물이 어떤 효과를 일으킨 것인지는 확이하기 어렵다. 향후 유전자 분석법을 통해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어떤 미생물과 그 부산물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었는지 밝히는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
묵인희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의약품 개발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장과 뇌 축과 혈액 면역세포에 주목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했다.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거트'(Gut)에 최근 실렸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