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페이스북에 패소한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했다.
페이스북이 네트워크 접속 경로 변경으로 초래한 이용자 피해에 대한 방통위의 행정 제재 정당성을 둘러싸고 2라운드가 시작된다.
방통위는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과 항소 취지를 담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1심 판결서를 송달받은 이후 14일 동안 법리 검토를 거쳐 항소서류를 작성했다. 2심에선 1심 판결의 법리 모순을 제기하는 동시에 행정 제재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2심 재판이 페이스북 서비스의 이용 제한 여부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른 책임 소재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 행위는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한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1심 판단은 '제한'이라는 사전적 문구만을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용 제한이라는 법률상 문구를 '실질적으로 이용을 막는 행위'로 엄격하게 해석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제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행법으로는 페이스북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전문성을 갖춘 상임위원이 법률에 근거해 이용자 피해 여부를 판단해서 제재하는 법률적·공공적 임무를 부여받은 행정기관이라고 주장한다. 통신 지연 시간 및 민원 건수 데이터 등 ICT 시장 현황과 기술의 특수성을 종합 검토한 만큼 '이용 제한'이 분명하다고 재차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의도와 별개로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이용자도 다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법원이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로서는 페이스북 접속 경로 변경 당시 실질 이용이 불가능했다는 데이터를 보완해야 한다. 1심 판결에서의 '이용 제한'이라는 사전적 해석을 넘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피해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도 2심의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 경로 변경이 제한 수준은 아니지만 속도 지연과 이용자 불편을 유발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다. 이용자에 대한 피해 유발이 명백했다면 법률 미비와 별개로 현행법을 해석해서 책임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8일 “방통위와 페이스북 양측 모두 이용 제한에 대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과 데이터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 2심 재판의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