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연구원이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를 통신비처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생활패턴·요구사항 등을 반영한 전기요금 구조로 개편해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최근 '전력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요금 정상화의 국민 수용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전기요금은 단일 요금제로 소비자 선택권이 없어 소득·환경 이념 등 소비자별 이질적 선호와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약 1600여개 요금제를 도입해 매달 전기요금을 결제하거나 계량기 사용정보를 알려주면 전기요금 일정액을 감면하는 등 소비자에게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영국 등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국민 1인당 전기사용량은 10.2㎿h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일본(2.08배), 영국( 1.89배), 미국(1.18배)보다 저렴하다.
연구원은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녹색요금제 △고정요금 자동이체제 등 3가지 요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다양한 전기요금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고 전력소비 효율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또 기존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반감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는 시간대별로 ㎾h당 요금을 다르게 책정, 전기 소비가 적은 아침에 전기요금을 낮추고 피크 시간대인 저녁에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전력도매가격(SMP)이 높은 시간대에 전기 소비를 줄이고 SMP가 낮은 시간대로 소비를 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녹색요금제'는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친환경 소비자가 다수 선택할 것으로 예상, 환경 보존 이행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63%는 신재생에너지 선택 구매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를 위해 월 '4000원 이상 5000원 미만 추가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고정요금 자동이체제'는 매달 일정금액을 고정으로 지불하는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통신요금 체계와 가장 유사하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후 저렴한 공급자로 쉽게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제다. 일례로 영국 스코티시 파워는 전력사용을 비롯해 △스마트미터 설치·철회 △재생에너지로 15% 의무 공급 등 옵션을 포함한 월 173유로짜리 '슈퍼 세이브 어거스트 2020 B3' 요금제를 운영중이다.
연구원은 전기요금 개편에 앞서 국민 수용성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설문조사에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 정보제공 노력에 문제있다는 응답률은 80%를 상회했다. 여전히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국민 반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전기요금 청구서에 △망요금 △계량서비스요금 △운영수수료 △인프라 부담금 등 정보를 세분화해 제공하고 있다.
연구원은 “전기요금 청구서에 요금 산출방식·에너지효율 향상 비용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기요금 원가 정보공개 요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반감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