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후계자' 이선호 마약 파문, 경영권 승계 어떻게 되나

Photo Image
CJ THE CENTER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를 향해 순항하고 있던 CJ그룹이 오너 일가의 마약 파문에 휩싸였다.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이재현 회장 건강상태와 그룹 안정화를 위해선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필요하지만 이번 마약 파문으로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문화와 소비재가 핵심 사업인 회사 측면으로서 이미지 타격도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려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CJ제일제당 부장)씨가 검찰에 자진출석해 체포됐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5일 오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씨는 5일 CJ그룹을 통해 낸 입장문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릇된 일로 인해 CJ 임직원들에게 큰 누를 끼치고, 많은 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뜻으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Photo Image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불구속 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직접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초범이자 죄를 모두 인정함으로서 집행유예를 노린 행보라는 추측도 있지만 오너 일가이자 차기 그룹 승계 유력 후계자로서 책임있는 결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씨의 이같은 결단에도 향후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경우 CJ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는 복잡해진다. 이 씨는 현재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의 비상장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분할, 주식교환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CJ지주사 지분을 2.8%를 확보하자 이를 두고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사내 징계와 주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CJ그룹 회사 내규에는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계 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장이 법원의 판단 외 사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이 경우 주주들의 경영권 승계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다만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해 회사 경영 참여는 가능할 전망이다.

이씨의 마약파문으로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연말 두 남매가 보유하게 될 그룹 지분은 1.7% 차이에 불과하다.

이 상무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 만큼 업무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CJ그룹이 문화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이 상무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성 친화적이고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중시하는 그룹 분위기도 이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던 기업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많은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며 “장녀 이 상무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