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왜 발생할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황장애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크게 신경생물학적인 요인과 정신사회적인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해서 공황장애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황장애의 공황발작 자체는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크고, 이후 나타나는 공황발작에 대한 예기불안, 공황발작의 파국적 해석 오류, 공황 발작과 관련된 회피 행동은 정신사회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다시 말해, 공황장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황발작은 신경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황발작이 뇌의 기능장애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공황발작의 본질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의 병이라는 의미이다.
공황장애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화재경보기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다. 화재 예방과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해서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화재경보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화재경보기가 고장이 나서 불이 났음에도 작동을 안 해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예민해서 담배 연기에도 작동한다면 이 역시 문제이다. 화재경보기가 고장 났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는 상태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뇌 속에는 일종의 불안 경보기가 있다. 이 불안 경보기는 자율신경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으로 알려져 있고, 인간의 긴급대처 반응을 주관한다.
불안경보기는 밤길에 강도를 만난다든가 하는 위급 상황이 벌어지면 자동적으로 작동해서 우리로 하여금 재빨리 도망치게 하든 아니면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만일 위험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불안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멍하니 있다가 생명을 잃게 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불안 경보기가 예민해져서 긴장하거나 두려워할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황 발작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면 이 역시 문제이다. 불안 경보기가 예민해져서 공황발작이 온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는 상태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더욱 클 것이다.
현재까지 공황장애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serotonin), 가바(GABA, γ- aminobutyricacid) 등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이상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의 공황발작은 상기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이상으로 뇌 속의 불안 경보기가 지나치게 예민한 상태가 되어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시로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늘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은 공황장애의 핵심인 공황발작이 신경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공황발작의 본질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의 기능장애로 인한 뇌의 병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공황 발작은 개인의 정신력과 의지력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생물학적 기능을 회복을 시키는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
사공정규 교수는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작가, 칼럼니스트이다.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 교육부 위(Wee)닥터 자문의 대표, 사단법인 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하버드의대 우울증 임상연구원과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형인우 기자 (inw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