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기존 산업과 혁신 서비스 간 갈등이 정부의 상생안 발표에도 여전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유경제' 등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 발전이 기존 산업과 충돌하며 사회 갈등을 보여 주는 상징 사건이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면서 막연히 느끼던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 개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타다 갈등으로 인해 현실화됐다. 타다의 합법 근거와 함께 이를 과연 '혁신 서비스'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다.
그러나 당장 택시업계가 제기하는 어려움과 반발을 이해하더라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결국 기존 서비스 및 산업 영역을 점차 파고들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져오게 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을 뛰어넘어 자기 스스로 지능이 성장해서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특이점'이 과연 실제로 도래할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상당수 일자리가 10년 내지 20년 이내에 AI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변화는 개인의 공포감을 부추겨야 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분야에 걸쳐 사회 합의를 도출하고, 장기 전략으로 기존 노동인구의 재교육과 신규 세대 대상의 교육 과정을 준비하기에는 시간 여유가 결코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에서는 AI 기술과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세우면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앞 다퉈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프롭테크 등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각 분야를 융합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답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관심도 높고 국가 차원에서도 미국·유럽 등과 같이 국가 공공 정보 개방을 통한 신규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규제 샌드박스 제도 등 규제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AI 기술을 산업 각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경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 개척은 여전히 어렵다. 국가가 지원하더라도 산업에서 기술이 활용되고 수익이 창출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맞춰 스타트업에 지원하거나 투자하던 대기업은 어느 순간 기술 공개를 요구하며 이를 내재화할 계획을 세운다. 정부 부처마다 정책이 다르고, 대기업 부서마다 목표와 성과가 다르다. 더욱이 '타다'처럼 사회 관심을 집중시키는 갈등이라도 야기될 조짐이 있다면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이전에 해당 서비스를 외면하려 한다.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갈등 해결은 내 몫이 아니길 원한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그 성과 및 혜택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사회 불안·갈등을 야기한다. 신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 산업 영역에서 사용자에게 불편하던 비효율 부분을 가장 먼저 파고들기 때문에 불투명하거나 비효율 측면에서 부가 가치를 누려 온 기존의 공급자는 저항과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를 야기하거나 극단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 적은 상상 속 로봇이 아니라 기존의 비효율과 불투명성이며, 기술과 산업 발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보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적합하고 적정한 규제나 제도의 뒷받침이 기술 발전 및 시장 효율성과 상호 작용해 산업 전반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새로운 사업자가 대기업이나 기존 산업의 반발과 견제에도 생명을 유지, 시장에서 스스로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특히 정부는 사회 갈등과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섬세한 합리화 전략 및 정책 수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타다' 논쟁은 시작일 뿐이며, 기술과 데이터의 진보가 속도를 낼수록 산업 각 영역에서 갈등이 복합된 형태의 다각도로 나타날 것이다. 이를 사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을 세우지 않는 한 AI 부문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그 성과가 경제 전반에 돌아가기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 jin.kim.10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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