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데뷔해 대형 럭셔리 세단 새 기준을 제시한 BMW 7시리즈는 세대마다 혁신과 진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6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뉴 7시리즈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완전변경 신차에 버금가는 변화를 줬다. 고급스러움과 안락함, 앞선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BMW 플래그십 모델 뉴 7시리즈를 시승했다.
첫인상은 기존 모델보다 50%가량 커진 BMW 상징 키드니 그릴이 시선을 압도한다. 출시 전부터 BMW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실제로 보니 차체와 잘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이 커다란 그릴은 보닛 상단 BMW 엠블럼, 액티브 에어 스트림 기능과 조화를 이룬다.
최대 500m 조사범위를 갖춘 레이저 라이트는 야간에 시원한 시야를 확보한다. 측면부 에어브리더는 수직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해 BMW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후면부는 슬림해진 L자형 LED 리어램프와 하단 크롬 라인 디테일로 세련된 인상을 완성했다.
시승차인 740Li xDrive 기준 차체 전장은 5260㎜, 휠베이스는 3210㎜에 달한다. 실내 공간은 어느 좌석에 앉아도 여유롭다. 기존 모델보다 넓은 면적을 퀼팅 처리한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는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시트는 통풍 기능과 메모리 기능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해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했다.
실내에서 주목할 기술은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이다. 풀 디지털 12.3인치 계기판과 10.25인치 디스플레이로 통일성 있게 디자인해 현재 주행 상황과 연동된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운전자는 터치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조작, iDrive 컨트롤러, 스티어링 휠 버튼, 제스처 컨트롤, 음성 제어 기능 중 하나를 선택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한 터치 커맨드 시스템을 활용해 뒷좌석에 앉아서도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뉴 7시리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 가솔린 및 디젤 엔진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e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했다. 시승차는 740Li xDrive로 직렬 6기통 3.0ℓ 가솔린 엔진을 채택했다.
이 엔진은 2톤이 넘는 거구를 가볍게 이끈다. 최고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45.9㎏·m에 달한다. 특히 최대토크가 엔진 회전수 1500rpm에서 3500rpm까지 꾸준히 이어져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편하게 가속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 시간은 4.1초에 불과하다.
뉴 7시리즈는 정교한 섀시 기술로 안락한 주행성능을 지녔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전자제어식 댐퍼와 셀프 레벨링 기능을 적용한 2축 에어 서스펜션 기능을 적용해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다만 BMW 특유의 역동적 주행 감각은 다른 라인업보다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1980년대 방영된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 키트'에서나 봤던 첨단 기능도 매력적이다.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차량 3m 이내에 접근하면 외부 라이트가 켜진다. 1.5m 이내 접근하면 자동으로 도어 잠금이 해제된다. 도어 잠금이 해제된 상태에서 2m 이상 멀어지면 자동으로 도어가 잠긴다. 최신 컴포트 액세스 기능이다.
한 단계 진화한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편안한 반자율주행을 즐길 수 있다. 기존보다 직선이나 곡선 구간 모두 인식률을 높였다. 이 시스템은 스톱 앤 고 기능을 추가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스티어링 및 차선제어 보조장치, 차선변경 경고, 차선이탈 경고, 차선유지 보조장치를 포함한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서 LED 컬러로 주행보조 시스템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주차장에 진입해 새로운 자동주차 기능인 파킹 어시스턴트 시스템을 사용해봤다. 그동안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 주차 기능을 선보였지만 실제 사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뉴 7시리즈의 경우 차체가 길고 넓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좁은 국내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가속과 제동까지 스스로 조작해 더 정밀한 주차가 가능하다. 막다른 길에서 최대 50m까지 별도 운전대 조작 없이 차량이 자동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 탈출하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도 갖췄다.
연비는 만족스럽다. 740Li xDrive 기준 공인 복합연비는 9.4㎞/ℓ이며, 실제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180㎞ 시승 구간에서 공인 연비를 넘는 9.6㎞/ℓ를 기록했다. 차체 크기와 무게 등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치다. 이날 시승한 뉴 7시리즈 740Li xDrive 가격은 1억6200만~1억645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