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에 이어 노르웨이도 전기차 배터리 자체 조달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최근 빨라지는 유럽 각국의 배터리 자급화 움직임은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프레위르는 최근 400억크로네(약 5조4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프레위르는 노르웨이 라나에 연간 32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해 이르면 2023년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장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팔린 신차 3대 중 1대가 친환경차일 정도로 친환경차 보급률에서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지원 정책과 충전 인프라도 훌륭해 '전기차 천국'으로 불린다. 프레위르는 노르웨이에만 4개의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유럽 내에 10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북유럽 배터리 벨트'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5월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1곳씩을 신설하는데 최대 60억유로(약 8조1000억원)를 공동 투자하는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7년에는 유럽연합과 유럽투자은행 등이 주도해 유럽배터리연합(EBA)을 출범했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독일에 12GWh 규모 자체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이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한·중·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5년까지 300GWh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공과대학(EIT)은 수요 충족을 위해 EU 역내에 10~20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유럽이 자체 공급망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30년 가까이 축적한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프로젝트 명칭을 미국 보잉에 대항해 유럽 주요국이 참여해 만든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에 착안해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과 자금력,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를 갖춘 유럽 각국이 힘을 합치면 예상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 배터리 업계도 유럽에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경쟁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전까지 기존 유럽 고객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 설립 등으로 배터리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원료 수급, 인재 양성, 관련 규제와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