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과거사 문제를 무역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한 일본 정부의 조치를 꼽았다. 그리고 결정 과정에서 명분과 실리, 국민의 자존감 등 여러 종합적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한일 관계 신뢰 상실과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에게 취한 경제보복 조치는 과거의 역사 문제를 현재의 경제보복 문제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수출을 규제하고, 8월 2일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행위를 우리는 한일 안보협력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자,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분야 산업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실질적 피해를 조장하는 행위로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미래 협력의 진전을 어렵게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이번 결정을 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부 처간 의견 조율을 비롯해 국제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다. 정무적으로는 국민 여론조사도 거의 매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 위기라는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실리적 측면도 함께 검토했는데, 일본이 우리 측에 제공한 군사정보 질이나 효용성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후 현재까지 일본과 29회 직접 정보를 교류했다. 올해에는 7차례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정보교류 횟수는 감소 추세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우리의 결정이 한일 관계, 한미 관계, 그리고 한반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평가했다”며 “안보협력 뿐 아니라 경제적 차원의 한일 미래협력 측면, 한미일 3국 간 협력 측면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에 일본과 해외 외신도 주목했다. 일본 NHK는 “한일 간 갈등이 안전보장 분야에도 확대됐다”며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 우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 결정(규제 강화 경제보복 조치)을 한 것에 대항 조치로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지역 내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긴장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AP는 이번 결정이 한일과의 3각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의 차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간 갈등이 외교적 비난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역 조치로 확산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 양국의 전례 없는 반목 속에 이해관계 문제가 더욱 커지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결정은 미국에 낭패감(dismay)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소미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려는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