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계좌를 보유한 3000만명 이상이 정부 오픈뱅킹 전환에 따라 연말부터 온라인·모바일 뱅킹 일부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현재 이용 중인 뱅킹 서비스는 문제가 없지만 오픈뱅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타 은행 연동 금융서비스 일부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농협은 물론 정부까지 대안을 찾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22일 금융·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오픈뱅킹 시스템이 가동되는 올해 말부터 농협중앙회 산하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로는 은행 간 온라인·모바일 뱅킹 일부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정부가 오픈뱅킹 이용 대상을 금융기관(은행)으로 한정하면서 상호금융(특수기관)인 농협중앙회 소속 농·축협 지역조합은 현재 체제로서는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농·축협 지역조합은 농협은행과 동일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속은 농협은행이 아닌 농협중앙회 소속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오픈뱅킹 운영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운영 규정에 따르면 오픈뱅킹 이용 대상은 '오픈뱅킹 공동 업무 제공자 역할을 수행하는 참가 금융회사'로 한정시켰다. 오픈뱅킹 시스템 전환에 소요되는 운영비용을 내는 은행만 참여할 수 있다.
만일 농협중앙회를 참여 기관으로 끌어들이면 금융 당국이 세운 오픈뱅킹 규정을 위배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행대로 오픈뱅킹 사업이 추진되면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로는 오픈뱅킹에 연동되는 모바일·인터넷 뱅킹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농·축협 지역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유효 고객만 3240만명이다. 점포도 4731개에 이른다. 만약 오픈뱅킹 시스템 이용에서 배제되면 뱅킹 대란은 불가피하다. 이용자 대부분은 농·축협 지역조합과 농협은행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동안 서비스도 거의 동일하게 제공했다.
특히 농·축협 지역조합은 농어촌 등 시중은행 점포가 적은 지역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고객이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오픈뱅킹 참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고객이 핀테크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000만 이상의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 연동 서비스가 안 되면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대형 핀테크사 가운데 하나는 서비스 이용 고객 15%가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인 곳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참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오픈뱅킹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 건 사실”이라면서 “농·축협 지역조합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공동 API가 아닌 농협 독자 API에 연동시켜 서비스할 계획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조속한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와 제2금융권 대상으로 오픈뱅킹을 내년 상반기 안에 순차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이해 관계사 간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오픈뱅킹 분과위원장은 “농·축협 지역조합과 거래하는 스타트업도 꽤 많아 업계도 여러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등 관련 기관에 스타트업 의견을 전달하고 협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뱅킹은 모든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도 신규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은행권 공동 인프라다. 조회, 이체 등 핵심 금융 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API 형태로 제공한다. 개방형 금융결제망으로도 불린다.
그동안 중소 핀테크 스타트업은 아무리 좋은 차(서비스)를 만들어도 고속도로(금융 인프라) 이용을 위해 막대한 사용료를 냈다. 일부 대형 핀테크 기업은 펌뱅킹 수수료만 연간 수백억원을 지불했다. 이 같은 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기존 펌뱅킹 수수료 체계 대신 오픈뱅킹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10월 은행권 대상으로 시범 사업에 착수하고 올해 말까지 모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오픈뱅킹 시스템을 연동한다. 은행의 모든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오픈뱅킹으로 연동하고 이용하게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