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유 '알짜' 생산시설이 시장에 나왔다. 생산규모는 작지만 완제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 인프라가 구축돼 바이오·제약업계 전체가 주시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기회인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22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9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위탁경영 사업자를 선정한다. 최근 사전 참여 의향서 접수 마감에서 다수 제약, 바이오기업이 서류를 제출해 입찰 시작하기도 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KBCC는 2005년 준공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다. 산업부가 1000억원을 투입해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생산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연간 생산 능력은 1000리터 규모로, 미국 cGMP와 유럽 EU GMP 등 글로벌 생산 기준까지 충족한다.
2009년부터 시설 증설과 운영 적자 보전 등을 이유로 10년 간 민간 위탁경영을 실시했다. 사업자인 바이넥스와 계약이 올해 11월 만료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재위탁경영 △매각 △자체 운영 등을 놓고 고민했다. 연구용역까지 진행한 결과 재위탁경영으로 결정, 새 사업자 찾기에 나섰다.
신운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영기획실장은 “30여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한 끝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10년 만에 매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 재위탁경영을 결정했다”면서 “공공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르면 9월 중순까지 제안요청서를 접수,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12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이미 다수 제약, 바이오기업이 사전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KBCC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 처럼 대규모 의약품위탁생산(CMO) 설비는 아니지만 '알짜' 시설로 평가된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국 생산기준을 충족한데다 동물세포, 미생물, 완제의약품 라인까지 갖췄다. 항암제, 빈혈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제조합 백신 등 다양한 의약품 생산실적도 있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으로 현 위탁경영 사업자인 바이넥스다. 10년간 200억원가량 투자한데다 이 시설에서 생산 노하우까지 보유한 만큼 놓치기 아깝다. 그 외에 생산시설 증설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과 생산시설이 없는 바이오 기업도 주시한다. 1000억원 이상 드는 생산설비 구축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는 동시에 생산시설 확보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높다. 화학 등 타 산업군에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임상시험, 생산 역량을 학습할 용도로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는 200억원 수준의 노후 장비 교체 비용과 운영비만 지출하면 돼 10년 간 생산시설을 확보할 좋은 기회”라면서 “1000억원 가까이 투입해 생산시설을 짓기 보다는 이번 위탁경영에 참여하는 게 효율적인데, 상장을 준비하거나 대규모 투자 유치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도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설립한 생산시설인 만큼 다른 중소 바이오기업과 생산시설을 어떻게 공유할지, CMO 사업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KBCC 재위탁경영이 결정되면서 협회로 관련 문의가 쏟아진다”면서 “소규모 생산시설로는 매력적인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후 인프라 교체 비용이 얼마만큼 될지 모르는 만큼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