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재벌개혁 등 공정거래 정책에 대해 '침묵'과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해 논란이다. 업계는 향후 공정위가 펼칠 정책방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조 후보자는 재벌 정책에 대한 공정위 기자단 공동 질의에 21일 “대기업집단에서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행태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벌정책의 구체 방향 등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재벌개혁은 문재인 정부 '공정경제' 정책의 핵심인데다, 조 후보자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평가받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 답변이라는 게 공정위 내외부 평가다. 공동 질의서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나온 반응이라는 점에서 '답변 거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재벌 정책 외 중점 법 집행 분야'를 묻는 질문에도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조 후보자는 “공정위의 여러 법 집행이 어느 하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경제의 발전, 플랫폼 기업의 성장 등 새로운 경제흐름에 따라 시장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쟁당국의 역할이 긴요한 상황”이라면서 “혁신 의욕을 저해시키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경쟁과 혁신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충실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법무부(검찰)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긴밀히 협력하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런 모습은 인사청문회 이전이라도 향후 정책 방향, 소신을 밝히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는 물론, 전임 공정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지명된 다음 날 기자간담회에서 갑을문제 해결, 재벌개혁 의지를 밝혔고 임기 동안 비교적 충실히 실천에 옮겼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9일 후임 공정위원장으로 지명됐을 때에도 “공정경제를 추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위 역할”이라고 말하는 등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업계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불확실성 확대'에 우려를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전임 공정위원장과 달리 새로운 정책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은 '관리형 스타일'일 수 있다”면서 “기업으로선 향후 공정경제 방향을 전혀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