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하는 게임사가 한 곳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허리를 책임지는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대표 통로인 상장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IPO를 준비해 온 게임사 역시 경제 상황과 국내외 증시 상황을 감안, 해를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주자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가 유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일정을 조율한 엔드림, 장외 거래가 시작된 넷마블네오도 상장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시장이나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IPO를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밸류에이션을 고평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올해 게임 업종의 추가 상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게임사 실적과 성장 잠재력에 밸류에이션이 저산정, 시장이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게임 산업에서는 매년 견실한 중소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에는 '킹스레이드' 개발사 베스파, 재작년에는 '검은사막' IP를 만들어 낸 펄어비스가 각각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장 소식이 캄캄하다.
이처럼 자본 시장이 게임 산업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장을 시도하는 중견 게임사의 흥행성에 의문 부호가 붙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후 상장에 성공한 '액션스퀘어' '썸에이지'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선데이토즈'가 후속작 부재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대박 게임 하나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강해진 이유다. 베스파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으며, 파티게임즈는 상장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모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는 게임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관련 지수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자본 시장 평가를 통한 게임 업종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게임사의 코스닥행이 대거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IPO를 미룬 회사뿐만 아니라 2020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생겨 났다. 스마일게이트RPG와 T3가 대표적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시점을 보고 있다. '원게임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로스트아크M' 준비에 분주하다. 펄어비스처럼 모바일게임 흥행력을 바탕으로 고평가 받겠다는 전략이다.
장수 댄스게임 '오디션'을 보유하고 있는 T3 역시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코스닥시장상장위원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홍민균 T3 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실장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서 신작 게임 개발에 투자하고 신규 매출을 창출, 지속 성장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경영 실적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공개함으로써 대외 신임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