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면서 쿡 CEO가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좋은 만남이었으며, 쿡을 많이 존경한다”면서 “쿡이 관세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쿡은 16일(현지시간) 저녁을 함께했으며, 이 자리에서 쿡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만들고 있어 관세 품목인 반면에 삼성은 그렇지 않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한 것이다.
곱씹어 봐야 한다. 트럼프의 삼성 언급은 중국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이 수입하는 일부 제품에 한해 10% 관세를 부과한다. 애플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이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애플워치·에어팟 등은 9월,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은 12월 15일부터 각각 관세를 내야 한다. 반면 삼성은 중국에서 일부 제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베트남 등지에서 생산, 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트럼프의 삼성 언급은 국제 무역 거래에서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불법이나 위법이 아닌 상황에서 수출을 막거나 방해하는 건 모두 국제무역기구(WTO) 위반이다. 자칫 호들갑으로 비칠 수 있다. 단순히 쿡과 트럼프의 만남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평소 트럼프의 행동을 감안할 때 이미 미국 행정부는 중국 관세와 관련해 자국 기업의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삼성 휴대폰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모든 우리 기업 제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중 갈등의 불똥이 우리 기업에 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한층 짙어진 것이다.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안이하게 판단하지 말고, 경계심도 늦춰서는 안 된다. 우려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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