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2조 '오일머니' 의료관광시장 노리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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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 유광진 하이메디 CPO

“한국 의료 기술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가격은 선진국 대비 30% 저렴합니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는 19일 “중동에 한국 의료 인프라는 이제 알려지는 단계”라면서 “한류 열풍을 타고 무섭게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사실이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가 환자에게만 알려져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중동 GCC(걸프협력회의) 국가에서는 연간 63만명이 외국으로 의료관광을 떠난다. 현지 더운 기후, 기름진 식습관으로 성인병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 인력이나 인프라는 수준에 못 미친다. 아프면 의료 선진국으로 가서 치료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여비와 치료비는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이 때문에 씀씀이가 크다. 평균 보호자 4명이 따라와 50일을 체류한다.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300만원을 쓴다. 평균 외국인 진료비 199만원의 12배 수준이다. 중동 환자가 의료관광에 쓰는 돈이 연간 22조원에 육박한다.

과거 업무상 중동 지역을 자주 드나들었던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는 이 같은 의료관광 시장에 주목했다. 객 단가가 높으면서 언어 진입장벽도 높아 선점 시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00년대 초반 911테러,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과 중동 관계가 불편해진 것도 호재였다. 미국으로 가던 중동 환자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올 들어서는 중동 왕족도 한국에 의료관광을 오기 시작했다”며 “중동 관광객에게 편견이 덜하고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메디는 병원 예약부터 공항에서 이동, 숙박, 관광에 이르기까지 의료관광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중동은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차이가 크다. 예컨대, 이슬람 문화권에는 수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면 무조건 24시간 이내 본국 땅을 밟아야 한다. 병원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사관에도 연락을 취해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태워 보내야 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뛰어들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 전문성 덕분에 하이메디는 매년 2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36억원, 올해는 100억원을 예상한다.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병원이 환자를 유치하고 하이메디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직접 모객에 나설 계획이다. 환자를 직접 모객하면 수수료 매출이 5%에서 23%로 껑충 뛴다. 이를 기반으로 2022년에는 8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유광진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영입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유 CPO는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카카오T 등 신규 서비스를 총괄했다.

유광진 CPO는 “모빌리티와 분야는 완전히 다르지만 본질은 공급자와 수요자 '연결'이다.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했듯,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유 CPO는 “다만 의학은 정보비대칭이 굉장히 큰 분야다. 많은 선택권을 줄 것이 아니라, 가장 최적 선택을 골라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메디는 8년 동안 의료 컨시어지 사업을 하면서 가치 높은 데이터를 축적했다. 병원에서도 데이터 협력에 적극적이다. 수익성이 보장된 환자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에 가장 큰 허들은 의료관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이정주 대표는 “시장은 크고 진입장벽도 높지만 더 큰 문제는 의료관광에 대한 국내 부정적 인식”이라며 “환자에게 훌륭한 체류 경험 제공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선두 업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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