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시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안전하고 유연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분야 권위자인 카를로 라띠 MIT 교수는 도시와 사회에 미치는 데이터의 힘을 강조했다. 기술 자체보다는 사람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목했다.
건축가인 그는 '센스에이블(SENSEable City Lab)'을 운영하며, AI·IoT·센서·로봇 등 첨단 정보기술(IT)로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잠김방지 제동장치(ABS)에 센서를 부착해 도로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언제 사고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해 도로 설계 문제를 파악하는 식이다.
우버가 나오기 전부터 상당히 많은 차량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차량의 흐름과 센서 분석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뉴요커들은 '공유'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던 당시 여론과 달리 우버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2019 공간정보국제콘퍼런스(ICGIS)' 참석차 방한한 라띠 교수는 “자율주행차 도입 시 얼마만큼 차량을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해 미국 맨해튼에서 실제 차량 흐름을 조사해 파악해 보니 절반만 있어도 모든 이동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차안의 온도, 운전자 습관, 창문 여닫는 여부 등 다양한 센싱을 이용해 많은 도시 문제 해결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어떤 경로로 처리되는지 알기 위한 실험에서 쓰레기 이동 경로 자체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깨닫기도 했다. 실험에 참여한 한 시민은 센서를 부착해 버린 플라스틱 생수병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지로 향하는 데이터를 보고 더 이상 플라스틱 병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라띠 교수는 “데이터를 공유했을 때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이것이 센스에이블 시티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구글 관계사 '사이드워크랩스'의 토론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도시를 유연하게 설계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 자율주행자동차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싱가포르에는 층고를 다양하게 설계해 지금은 주차장으로 미래에는 다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물이 들어섰다”면서 예를 들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많아지면 도로 자체도 가변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래 도시에서는 도로 자체가 움직임을 주는 공간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서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는 고속도로나 대형 도로가 많은데 그 공간을 다이나믹하게 관리하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