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연설'에 초점 맞춘 광복절 경축사…문 대통령 "경제강국 향한 길 뚜벅뚜벅 걸어갈 것”

올해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는 단연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라는 단어를 총 25번 언급했을 정도로 경제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했다. 올해가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한일, 남북 관계와 동북아 평화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그럼에도 평화보다 경제를 앞세운 것은 그만큼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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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경제구조를 포용·상생의 생태계로 변화시키고, 대·중소기업과 노사 상생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 쏟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자·기술자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존중하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우리는 경제력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더 크게 협력하고 더 넓게 개방해 이웃 나라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축사 핵심 주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였다. 일본 정부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려고 하는 경제보복 조치 상황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구 자체는 해방 직후인 1946년 김기림 시인의 '새 나라 송'이라는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송은 기리다, 칭송하다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강국 실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이라는 두 가지 큰 틀의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날 경축사가 '경제 연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청와대가 사전 준비 과정에서 사회 각 분야 전문가와 정치인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혁신과 평화, 기술 강국, 제조업 강국, 성장국가, 자유무역질서와 함께 성장하는 모범국가 등 경제 역동성을 강조해달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경제 문제가 화두가 된 배경이다.

당초 예상보다 일본 정부를 향한 메시지 수위는 낮았다는 평가다. 전체 경축사에서 대일 메시지 비중을 크게 할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질타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라며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의 수위를 낮추고 대화에 지속적인 방점을 찍었다. 향후 일본 정부가 어떻게 호응할 지 주목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통일까지 연장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평화경제를 이루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이어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를 목표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남북경제 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고 통일까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화 경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이기도 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축식에는 여야 5당 지도부와 함께 독립유공자, 시민, 사회단체 대표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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