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허민 전 네오플 대표를 개발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힌다. '던전앤파이터'를 길러 낸 안목과 위메프를 성장시킨 역량을 넥슨에 수혈하기 위해서다. 최종 조율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넥슨 구원투수로 허 대표가 넥슨 7개 개발 스튜디오를 총괄할 공산이 커졌다.
11일 넥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넥슨은 허 대표를 임원으로 영입한다. 시기는 조율 중이다. 소식통은 “일각에서 나오는 대표가 아닌 개발을 총괄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1차 매각 작업이 사실상 무산된 후 조직과 분위기 쇄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헌 대표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안이 사업 부문 쇄신을 주문한다면, 허 대표 영입은 개발 부문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넥슨은 이 대표 체제에서 신규 개발 조직을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일곱 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프로젝트 승인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각 스튜디오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고 있다.
하지만 크레이지아케이드(2001년), 메이플스토리(2003년), 던전앤파이터(2005년)를 잇는 개발작을 내놓지 못했다. 모바일게임 역시 퍼블리싱으로 범위를 넓혀도 '히트' 이후 반짝 흥행에 그친 작품이나 기대에 못 미친 작품이 대다수 였다.
넥슨은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 1469억엔을 올렸음에도 넥슨재팬 주가는 9일 하루 동안 23.96%나 빠진 1257엔을 기록했다. 52주 최저가 수준까지 밀렸다. 신작 흥행이 없다면 향후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시장 시각이 반영됐다.
이번 영입은 김정주 NXC 대표 의중이 반영됐다. 김 대표와 관계가 깊으며 게임을 잘 아는 외부 인사로서 허 대표를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2014년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 참석해 2000년대 초반 황금기 출시 게임 이후 성공한 개발작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허 대표는 가치를 키우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넥슨을 견인하는 매출원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창립자이자 소셜커머스 위메프를 만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회장을 업은 쿠팡과 대결구도를 구축했다. 게임사 원더피플 대표도 맡으며 게임계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와 관계도 각별하다. 2008년 45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올리던 네오플은 3800억원에 넥슨에 팔렸다. 김 대표가 허 대표를 직접 만나본 후 대출까지 받아 계약을 성사시켰다. 모두 오버페이라고 그랬지만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후 김 대표는 NXC를 통해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10.6%를 확보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목표가 있으면 저돌적으로 성취하는 타입으로 알려졌다. 그가 음악공부와 야구에 쏟았던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소식통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허 대표가 조직 변화에 더 어울리는 인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라며 “아직 영입을 위한 선결 과제 정리 시간이 필요해 인사 공지라든가 확정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넥슨이 허 대표 영입으로 체질을 개선한 후 넥슨 매각을 재추진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넥슨은 서비스 중 게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 지스타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넥스타로 불릴 정도로 참여 지분이 높았던 넥슨이다. 3분기 신작 발표 없이 개발에 힘을 쏟는다. 쇄신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허 대표가 원더게임즈에서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넥슨은 현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넥슨은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