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보호무역주의도 심화되고 있다. 수출 중심 구조의 경제 모델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무역 갈등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타격이 크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수출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대외 요인이 발생하면 피해가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자동차 403만대를 생산하고, 이 가운데 245만대를 수출했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무역액을 살펴보더라도 수출 640억달러에 수입 175억달러로 무역 흑자 465억달러에 이른다. 역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하면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 서비스 등 급속한 패러다임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한편 다른 국가는 견제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ACES(자율주행·커넥티비티·전동차·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수입을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은 신동력차량(NEV)'에 대한 규제·보급 정책을 펼친다. 신흥국도 선진국 규제 동향을 자국 특성에 맞게 규제를 수정·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적절한 기술 대응뿐만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소전기차에 탑재된 수소탱크 재질은 국제사회에서 알루미늄과 탄소합성물 사용을 모두 허용하지만 중국은 알루미늄 재질만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합성물로 만든 수소탱크를 탑재한 넥쏘 수소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가 없다. 넥쏘를 중국에 운행하기 위해서는 신규로 알루미늄 수소탱크를 개발하거나 중국 업체에서 생산하는 알루미늄 수소탱크를 탑재해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에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동차는 램프, 시트, 브레이크, 전자부품 등 각종 부품에 대한 규제도 별도로 있다. 이 때문에 국가별 부품인증서를 취득해야 부품을 수출하고 완성차에 탑재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각 부품 기업도 규제 내용을 파악하고 규제에 적기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다.
외국이 스스로 산업을 보호하려는 규제에 대해 개별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판별이 어려운 기술 규제인 무역기술장벽(TBT)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효과 높게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가 공조체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앞으로도 TBT 파도는 더욱더 거칠어질 것이다. 지난해 86개국은 TBT 3065건을 통보했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기술 규제 장벽이 높아진 셈이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매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TBT 위원회에 참석해 우리 수출 기업의 요구 사항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수출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규제 상대국과 협상하고, 필요 시 이의를 제기한다. 이 같은 제도를 우리 기업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잔잔한 파도는 노련한 뱃사공을 길러 내지 못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다가오는 거친 파도가 우리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워도 이 시련을 이겨내야만 세계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는 노련한 뱃사공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강점기 현대자동차 상무kjk204@hyund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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