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시간당 8590원으로 확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2.87% 인상하기로 한 것은 노동자 생활 안정과 경제·고용 상황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판단이고, 여기에 청와대 등 외부 압력은 작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상폭이 낮다는 노동계의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최임위에서 합리적·객관적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또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응으로 '산업안전 절차 간소화'를 추가로 추진한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19~29일 이의제기 기간 동안 접수한 노동계 이의제기 1건에 대해 불수용 방침을 밝혔다.
임 차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2.87% 인상하기로 한 것은 노동자 생활 안정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고용 상황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며 “재심의 요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9.9%로 직전 5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노동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앞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지난 최저임금위 심의·의결 내용이 위법하며, 절차에는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용부는 최저임금법상 확정 고시일인 이날 최임위가 의결한 시간당 8590원 그대로 관보에 게재했다.
임 차관은 “심의·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고, 최임위에 부여된 적법한 권한 내에 독립성·중립성을 견지하면서 이뤄진 합리적 결정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내용적으로 적법하며, 절차상 하자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청와대와 여당 등의 '속도조절' 압력이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임 차관은 “최저임금위에서 임금이나 생계비 부분을 나름 충분히 논의하고, 현장 상황을 보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본다”며 “외부로부터 특별한 요구나 압력들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규모별' 구분적용을 도입하자는 경영계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표명했다.
임 차관은 “현재 업종별로 차등적용 하는 부분을 최저임금위에서 고민하는 것과 별개로 규모별,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화) 등을 새로 만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본다”며 “5인 미만 전후에 대한 차등적용을 요구는 사업장 규모가 연중 4~5인 미만을 오가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차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국내 기업에 대해 산업안전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이) 해외 품목을 수입해야 하는 경우 산업안전상 필요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경우 (필요 조치를)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절차를 빠른 속도로 해 대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대체 품목 도입을 위한 테스트 등 업무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한 상태다. 고용부는 일본이 지난달 4일 에칭 가스를 포함한 3개 품목에 대해 내놓은 수출 규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을 20여 곳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산업안전 관련 절차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가로 추진해 해당 기업의 고충을 덜어줄 계획이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