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 수출규제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관련 소재 및 부품 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
최근 이노비즈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일본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AC-서보, 볼스크류, 약액용 밸브, 바이메탈, CMP 슬러리(Slurry) 등 20여개가 꼽혔다.
여기에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로 인한 규제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은 1차 수출규제 품목 3가지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일본 수출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업체들은 자사가 수입하는 해당 품목이 이른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경우 납기 지연, 공장 가동 중단, 조달 단가 인상, 매출 규모 축소, 시장점유율 하락 등 피해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에 유럽이나 북미 등 해외 거래처를 변경하는 방안이나 산업 관련 부품을 국산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정밀측정기기를 제조하는 A기업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볼스크류'가 규제 품목에 포함될 경우 품질 및 생산성 향상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토목, 건축용 또 다른 계측 센서를 공급하는 B기업도 향후 이 제품이 규제품목이 되면 30% 상당의 매출 감소 및 납기지연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했다. 계측 센서의 핵심 부품인 '저항소자'는 모든 계측 장비에 활용되는데, 국산보다 정밀도가 우수한 유럽이나 일본 부품을 선호한다. 특히 일본은 납기가 2~3주로 짧아서 4~5주가 걸리는 유럽에 비해 선호되는 국가였다.
이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관련 시장 및 수요가 적어 그동안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면서 “핵심 부품인 저항소자의 국내 제조 추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유럽·미국 업체 등과 협력 시 관련 자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외에 일본 수출규제에 포함될 소재 관련 수입 대체 소재에 대한 정보 제공과 인증절차 간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품 적기 납기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인증절차 등에 6개월이 소요되면 사실상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일본 수출 규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다양한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관련 정부 종합대책에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성상 만약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거나 매출이 떨어질 요인이 있더라도 기업 신용 문제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면서 “가능한 협·단체를 창구로 애로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긴급 금융지원이나 수출입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수출입 품목에서 전략물자 지정 관련 대응책을 세우고 있지만, 개별 중소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의 물자를 수출입하고 있는 지 일일이 추정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이노비즈협회 관계자는 “제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현 시점에 다시 한 번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듣기 위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