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 전자금융감독규정을 개정, 클라우드를 활용해 금융부문 비중요 정보 뿐 아니라 중요 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분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가이드'를 통해 금융 클라우드 구성을 위한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 실질적인 서비스와 플랫폼을 보유한 금융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물꼬를 튼게 바로 KB금융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클레온'이다. 여기에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인 NHN '토스트'를 연결해 강력한 확장성과 다양한 이업종 협업 시스템까지 확보했다.
ICT와 금융 간 경계를 클라우드 기술로 허무는 첫 사례다. KB금융과 NHN간 클라우드 협력진영 구축은 의미가 남다르다.
일부 타 금융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부분 도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실제 서비스 운영은 클라우드를 활용하면서도 서비스 개발과 배포는 대부분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구성방식은 보안관제나 통제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업체, 기술 협업은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반면 KB금융 클레온은 과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테스트베드에서 얻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모든 인프라를 금융 클라우드 상에서 100% 구현했다. 이어서 외부 ICT기업 NHN 클라우드 기술을 흡수해 '금융+ICT 연결과 융합'이라는 진정한 클라우드 개방 플랫폼을 만들었다.
기존 IDC를 거치지 않고 클라우드에 기반한 독립적인 인프라를 구성했다는 의미다.
이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데 필요한 기간을 3개월 이상 단축하고, 시스템통합(SI)업체가 투입돼 시스템을 개발·업그레이드하는 기존 워터풀 개발문화를 애자일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소스코드 통합 배포를 위한 업무 협업 툴을 NHN이 제공한다. 통합과 역할분담이라는 이업종 시너지가 완벽하게 작용한다.
박형주 KB금융지주 디지털전략 부장은 “클라우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에서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고객 안전한 거래를 위한 외부 파트너와 기술제휴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혁신서비스로 지정된 MVNO플랫폼 등 중요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조만간 탑재한다”고 설명했다.
NHN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사업자와 클라우드 오픈 체계를 완성하고 O2O서비스, 네이버 AI부문 협력을 통해 IoT뱅킹 핵심 음성분석 엔진도 도입할 예정이다.
가장 민감한 보안체계도 완벽하게 갖췄다. 금융 클라우드 핵심은 인프라 보안과 서비스 안정성이 생명이다. 기존 은행 등 금융기관 IDC센터는 민감한 고객 금융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물리적 망분리를 적용했다.
최근 NHN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 토스트는 금융보안원 CSP 안전성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CSP 평가는 안전성 확보 조치 등 금융분야 특수성이 반영된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이다. 금융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평가다. KB와 NHN이 직접 심의를 신청해 100% 충족했다. 13개 분야 109개 통제 항목 기본보호조치와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법규에 따른 추가보호조치 32개 전 항목 평가를 진행했다. 100% 적합판정을 받은 첫번째 사업자다.
양 사의 클라우드 결합으로 금융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영역의 킬러 서비스를 발굴할 예정이다. NHN 토스트는 페이코(금융), 고도몰(쇼핑), 한게임(게임) 등 다양한 IT서비스 경험을 축적한 플랫폼이다. 서비스 장애나 보안 이슈가 민감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했다. KB금융그룹 외에도 티몬, 충남대, 한국정보통신전파진흥원, 팅크웨어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김동훈 NHN 클라우드사업그룹 이사는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 토스트는 금융, 공공, 쇼핑,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화된 플랫폼으로 이름을 알렸다”며 “KB금융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자가 인프라 구축이나 설정에 대한 고민 없어도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금융 사업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