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비교될 때가 많다. 기존에 자리매김한 기업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타사와 비교되지만, 스타트업은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투자자 모집시에도 타사와 비교된다. 창업 박람회나 경진대회 참여 시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실제 해당 기업 내실과는 달리 상황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유발되는 원인 중 하나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와 관련된다. 이미 많은 기성 기업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확신 여부에 따라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적절히 배분해 활용하고 있다. 때로는 강점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때로는 단점을 감추기 위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적절히 활용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례로 운송 도중 그릇 20개 중 5개가 파손된 그릇 세트를 고객에게 팔고 싶은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파손된 그릇 세트만 덜렁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제시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좀처럼 판매되지 않는다.
하지만 20개 중 5개가 파손된 그릇세트를 1만원에 판매하면서, 바로 옆에는 15개 그릇 모두 멀쩡한 또 다른 세트를 1만원에 함께 제시할 경우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고객 입장에선 파손된 그릇세트의 구매 여부를 판단할 때, 바로 옆에 있는 멀쩡한 그릇세트를 비교 잣대로 삼게 된다. 그러면서 동일한 가격에 파손된 그릇 세트를 구매할 경우 15개의 멀쩡한 그릇과 함께 일부 파손된 그릇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파손된 그릇 세트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난다. 즉 절대평가에서는 일부 파손된 그릇에만 주목해 구매를 주저했던 고객이 상대평가에서는 옆에 있는 멀쩡한 그릇과의 비교를 통해서 나름의 장점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실제 소비자의 이러한 행태를 확인시켜 주는 실험이 수행된 바 있다. 멀쩡한 그릇 세트 24개와 일부 파손된 그릇 세트 40개가 있다. 40개 그릇 세트는 앞서 언급한 24개 그릇과 동일한 그릇은 멀쩡하고, 나머지 16개 그릇만 일부 파손된 상태이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이 두 그릇 세트를 보여줬을 때 어떤 그릇 세트를 더 비싼 가격에 구매했을까?
결론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시에 각각 달랐다. 두 그릇 세트를 모두 제시한 상대평가 시에는 40개 그릇 세트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정상적인 그릇뿐만 아니라 파손된 그릇이라도 더 많은 그릇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절대평가에서는 결과가 전혀 달랐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둘 중 하나만 제시한 경우, 온전한 그릇 세트는 제대로 된 물건이라는 생각이라서 그런지 파손된 그릇 세트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제품과 경쟁사제품을 비교해 함께 놓을지 따로 놓을지를 결정한다. 만약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이 모두 우수할 때는 같은 매장에 놓을 경우 과다경쟁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우수한 제품과 함께 놓여 있을 경우, 소비자는 해당 제품의 단점 내지 문제점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고, 양사 모두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수한 제품을 두고 경쟁하는 회사는 각자 자사 제품만을 전시하는 매장을 따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자 자사 가전제품만을 전시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 모두 품질이 우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외모가 준수하지 못한 소개팅 여가 비슷한 친구와 함께 나가야 유리한 것처럼 경쟁사 제품과 함께 전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슷한 수준의 제품이 매대 위에 함께 놓여 있을 경우 소비자는 자신이 이전에 마주친 다른 제품과 비교하기보다는 매대 위에 놓인 두 제품을 상호 비교해 둘 중 어느 제품이 나은지 판단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두 회사 모두 희망이 생긴다.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에는 함께 전시되어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별도 매장을 운영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상황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사한 수준의 제품과 함께 전시됐을 때 판매량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