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와 손잡고 보험 판매업에 진출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1700만 가입자를 가진 KT가 보험업에 진출하면 휴대폰 보험 등 간단손해보험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KT 진출에 이어 온라인쇼핑 등 유·무선 플랫폼을 구축한 ICT 기업의 보험 판매업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험 유통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삼성화재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논의를 마치는 대로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하고, 휴대폰보험을 비롯한 다양한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 관련 KT에 자문 및 사업 파트너로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논의를 마치는 대로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을 하고 휴대폰보험을 비롯한 보험상품 판매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1월 생활밀착형 보험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핀테크 등 회사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간단손해보험대리점에 등록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줬다. 이통사가 휴대폰보험을, 항공사나 여행사가 여행자보험 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다만 등록 절차 등 일반보험대리점에 적용되는 규제로 실제 사업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업감독규정상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신청서류(고지사항 등) 제출 시,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전원의 자필서명(날인)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KT를 비롯한 ICT 기업이 금융당국에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업체가 진출을 추진한 것이다.
KT는 간단손해보험대리점 등록 후 우선 휴대폰보험을 판매하고, 향후 여행자보험 등 상품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휴대폰보험의 경우 통신사-법인보험대리점(GA)-보험회사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통신사-보험회사 구조로 개편되는 것이다.
휴대폰보험은 매월 5000~1만원을 내면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파손할 때 기기값과 부품비를 일부 보상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10% 내외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740만9116명이다. 연간 신규 휴대폰 개통자와 30% 정도인 휴대폰보험 가입률을 감안할 때 약 보험금 규모만 연간 7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향후 수수료 비율이 더 큰 여행자보험(약 25%)까지 진출하면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KT는 상당한 수준의 부가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고객금융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하다. 따라서 간단손해보험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KT 관계자는 “KT는 정부의 생활 밀착형 보험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춰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보험상품에 인슈어테크를 융합한 다양한 통신 결합 손해보험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소비자 편의성 증대 및 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 이통사와 초대형 보험회사가 간단보험시장에 진출하면서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사업 활성화에도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CT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 절감 및 보험 가입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마련됐다. 또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판매를 통해서 보험시장에서 영업 확대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보험업 영위는 부가수입은 물론 고객DB를 확보해 신규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것”이라면서 “이런 기회를 다양한 ICT기업이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