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신규 사업 심의에 앞서 소재부품 R&D에 대한 사전 자문·검토 절차를 갖는다. 과기자문회의 심의와 별도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 R&D 예산을 대폭 늘리되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솎아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30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는 내년 국가 R&D 예산에 반영할 소재부품 신규 사업에 대한 자문, 검토 전문가단을 최근 구성했다.
과기혁신본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신규 R&D 사업 수요를 넘겨받는 대로 다음 달 안에 전문가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과기자문회의 전문위원 심의 절차가 있지만 이에 앞서 사업 반영 여부, 예산 규모 적정성 등을 먼저 들여다본다. 통상 R&D 사업은 과기자문회의 전문위원심의만 받았다.
과기혁신본부가 소재부품 신규 R&D 사업 심의를 강화하는 것은 내년 예산에 새로운 연구과제가 대거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수출 규제 조치로 소재부품 자립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재부는 신규 R&D 사업 편성에서 소재부품 사업에 우선순위를 뒀다. 기존 소재부품 사업 예산을 늘리면서 부처별 신규 사업 수요를 최대한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우리 소재부품 기술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R&D 사업이 대거 반영되지만 이른바 '무늬만 소재부품' 사업도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과기혁신본부는 시의성에 중점을 두고 소재부품 R&D 사업 투자를 늘리되 필요성이 낮은 사업은 철저하게 검토해 걸러낼 방침이다. 8월 중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심의 절차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
과기혁신본부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예산을 심의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성을 강화해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적정 예산을 배분하고 개연성, 시의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재부품 R&D 사업을 면밀히 들여다 본 뒤 개선방안을 도출해 향후 다른 분야 사업에도 이 같은 과정을 도입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R&D 배분·조정, 심의 과정 전반을 지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R&D 예산안은 지난달 말 과기자문회의에서 의결돼 기재부로 보내졌다. 기재부가 재정 상황, 신규 R&D 수요 등을 감안해 예산안을 조정해 8월 국회에 정부 예산안을 제출한다. 신규 반영한 R&D 사업은 과기자문회의 심의를 추가로 받는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