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유사서비스' 둘러싸고 금융·핀테크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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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경쟁업체 역시 유사 서비스를 들고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특례를 먼저 인정받은 기업은 유사 서비스가 '사업모델 베끼기'에 해당한다며 견제하고 있는 반면, 뒤늦게 특례를 인정받은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는 상용화가 된 서비스인 만큼 신청 시기에 따른 문제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업체를 중심으로 독점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업체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된 것은 기쁘지만 서비스가 시장성이 있는지 여부는 내놔봐야 알 수 있다”면서 “테스트 기간 다른 회사가 서비스를 보완해 또 다른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42건 서비스 가운데 대부분은 유사 서비스로 규제 특례를 신청했다.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에는 총 11개에 이르는 서비스가 선정됐지만 이미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대출 일사전속주의 폐지 방침을 밝힌 만큼 큰 갈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주로 신경전이 발생하는 분야는 신한카드와 BC카드(송금서비스), NH농협손해보험과 레이니스트(온·오프 여행자보험), 아이콘루프와 파운트(분산ID) 등 아직 제도 개선 여부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분야다.

최대 2년까지 테스트 기간을 두고 제도화 여부와 인가 획득 등을 전제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금융혁신특별법의 주된 목적이다. 테스트 종료 이전까지는 얼마든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온·오프 여행자보험이 대표 사례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NH농협손보와 레이니스트의 서비스는 유사 서비스로 묶이게 됐다. 농협손보는 온·오프 여행자보험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원했고 레이니스트는 온·오프 기능을 다른 여러 보험 상품 전체에 적용하는 내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이미 혁신금융서비스를 냈던 농협손보의 온·오프여행자보험과 상품 구성이 동일해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핀테크 기업인 레이니스트는 자체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데 삼성화재와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레이니스트는 정작 온·오프 여행자보험 출시를 위해 농협손보가 아닌 삼성화재와 함께 서비스를 출시했다”면서 “농협손보 입장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를 내고도 남 좋은 일 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레이니스트 측에서는 “오히려 농협손보보다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신청했는 데 규제 차이 등의 문제로 사업 범위가 줄어든 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다르지 않다. 신한카드는 4월 '신용카드 기반 송금서비스'로, BC카드는 5월 'QR코드를 활용한 개인 간 송금 서비스'로 각각 금융혁신서비스에 지정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 서비스가 먼저 지정됐고 이후에 나온 BC카드 서비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라면서 “먼저 출시한 신한카드 입장에서는 독창성 인정은 물론 홍보효과까지 반감돼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BC카드는 “올해 초 모든 금융사가 복수 서비스 과제를 제출했는데 신한카드와 동일한 형태였고 승인 시점이 달라 우리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것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한 핀테크 기업 대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자기 대형 금융기관도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사업 모델을 뺏어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적어도 일정 기간 독점 테스트 기간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심사하는 혁신금융위원회에서도 기업 간 신경전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정하진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의 기회를 뺏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위원회 내부 정책으로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심사위원회 관계자는 “특허권이나 마땅한 증빙 자료 없이 단순히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독창성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 기회를 뺏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방침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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