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재원 조달에 속도를 낸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백화점·마트 등 9개 점포를 처분해 1조63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리츠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온라인 신사업에 집중 투입한다.
롯데는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온라인 사업에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부진한 업황으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이 어려워지자 부동산 유동화에 나섰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현금창출 능력 지표인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986억원으로 2013년 1조8176억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저성장에 따른 외형 정체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현금흐름 부담이 커진 만큼 리츠를 통한 자산 유동화가 최선이란 판단이다.
롯데보다 앞서 추진한 리츠 상장이 무산되면서 자금 조달에 변수가 생긴 홈플러스도 실탄 마련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신규 차입보단 보유자산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140개 점포에 물류기능을 장착하고 풀필먼트센터와 스페셜 매장을 추가 출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필요한 투자금은 유휴부지 및 유무형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이미 홈플러스는 지난해(2018년 회계연도) 금융상품·유형자산 등을 처분해 2422억원대 현금을 마련했다.
올해 1월에는 '홈플러스 아카데미' 연수원을 SK이노베이션에 1154억원에 매각했고, 단기운용하던 15억원 규모 금융상품도 처분했다. 모회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 대한 중간 배당도 철회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월 440억원에 그쳤던 홈플러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 296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미 온라인 전담 신설법인(SSG닷컴)을 설립하고 외국계 투자운용사로부터 7000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2022년까지 3000억원의 추가 출자도 계획돼 있다.
대규모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자본 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4월 4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했고, 6월 이를 유동화해 4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부진점을 폐점하고 전문점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들 업체 모두 오프라인 본업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불필요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을 추가로 유동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오프라인 채널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 만큼, 성장 여력이 높은 온라인 채널로 재무와 인적자원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라도 전략적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점포 효율화, 보유자산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