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가 오비맥주의 특별할인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도소매 유통업체와 일절 상의없는 일방적 특별 할인은 주류거래질서에 혼선을 주는 행위이며 소비자까지 기만하는 일종의 갑질 행위라는 것이다.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는 26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중앙회 사무실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 가격인하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시작됐으며 오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긴급 이사회 전 오비맥주 출고가 인하 소식이 보도된 23일 각 지방 주류도매협회 별로 긴급회의가 소집 돼 의견을 모았다.
이사회에서는 도매상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되고 급작스럽게 시행된 특별할인 철회를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이날 오후까지 논의하며 이끌어낸 결론에 대해서는 다음주 오비맥주 본사를 방문해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앙회는 특별할인에 대한 일절 언급 없이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을 인지하게 만드는 오비맥주의 무례함에 대한 항의도 함께 할 예정이다.
중앙회는 전례없는 주류의 한시적 가격 인하는 거래선의 혼선을 발생시킨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입장으로 한시적 가격을 인하할 경우 도소매 유통사들은 재고관리, 자금이용 등에서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별로 상의하지만 통상적으로 주류제조사에서 물량을 받은 뒤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는 기존 재고소진, 유통 경로 등의 이유로 1~3주 소요된다. 때문에 특별할인이 판매가 하락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4월 가격인상 당시 밀어내기한 물량과 6월 국세정 주류 고시 변경 전 밀어내기한 물량이 상당하다”며 “성수기를 맞아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니 가격할인으로 물량을 밀어내 매출량 늘리기에 급급한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받은 물량으로 인해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오비맥주의 특별할인을 받아들일 경우 평균 물류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마진인 오비맥주는 팔 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8월 특별할인 기간이 종료될 경우 도소매 업체들은 또 다시 물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두번의 밀어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비맥주가 노리는 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중앙회는 기존 재고를 보전하지 않을 경우 가격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4월과 6월 밀어내기한 재고 물량에 대한 반품 처리 등을 진행한 뒤 인하된 출고가로 재납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역시 오비맥주에 가격인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철회를 하지 못할 경우 재고분 반품을 받고 재출하고, 재출하 마저 불가능할 경우 재고분 전량을 가격 인하분 만큼 보상을 요구했다.
조합 관계자는 “주류가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에는 도소매유통을 거쳐야 하지만 오비맥주의 일방적 특별할인은 이같은 질서를 무시한 대형 제조사의 갑질”이라며 “이런식의 특별할인은 규정대로 운영해왔던 회사와 유통업체들만 피해를 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주류 가격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만큼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위한 가격 조정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 및 조정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할인인 만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카스 맥주와 발포주 '필굿'을 4~41% 인하해 특별할인 판매하고 있다. 카스 병맥주(500㎖ 기준) 출고가를 기존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내렸으며 필굿의 출고가 역시 355ml 캔 10%, 500ml 캔은 41% 가량 낮췄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