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만에 '형님기업' 두곳 인수…수상한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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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왼쪽), 박재용 로지스팟 대표.

회사 설립 3년차 스타트업이 12차, 20년차 기업 두 곳을 차례로 인수해 주목받고 있다.

화물운송 스타트업 로지스팟(공동대표 박준규·박재용)이 주인공이다. 대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흔하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 간 결합도 빈번해졌다. 반면 스타트업이 일반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자본력이 부족한 데다 혁신에 방점을 찍은 스타트업 문화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로지스팟이 이 같은 인식을 깼다. 회사 문을 열기 전부터 인수시장을 기웃거렸다. 전국을 돌며 운송사 30여곳을 만났다. 고심 끝에 12년차 연매출 20억원 규모 국제로지스를 사들였다. 인수와 동시에 로지스팟 사업을 시작했다.

초고속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를 선택했다. 피할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다. 로지스팟을 창업한 두 사람 모두 운송 분야 경험이 전무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회사 매출이 2년 만에 20억원에서 60억원으로 3배 늘었다. 세일즈, 개발, 마케팅팀을 붙이고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한 결과다.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본사도 안산에서 서울로 옮겼다.

두 회사 간 궁합이 맞아떨어졌다. 로지스팟은 원하는 기업을 찾을 때까지 발품을 판다. 인수업체 선정 기준은 까다롭다. 로지스팟에 없는 역량을 갖췄다면 우선 인수 대상이다. 유망 고객사를 다수 확보한 업체도 가산점을 받는다. 운송시장 디지털화에 대한 깨어있는 마인드도 살펴본다.

자본은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개인투자자를 끊임없이 만났다. 비전을 설득하는 고된 과정을 거쳤다. “운 좋게 사업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 투자자를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박준규 로지스팟 대표는 설명했다. 부족한 액수는 금융권에 빚을 내 메웠다.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벤처캐피털(VC) 눈에도 들었다. 지난해 카카오벤처스, 스파크랩스 등으로부터 19억원 상당 투자를 유치했다. 자금이 채워지자마자 두 번째 인수기업 물색에 나섰다. 최근 20년 업력 종합운송사 성현티엘에스를 조건부 인수했다. 신충호 성현티엘에스 대표는 철강 전문가라는 점을 높게 샀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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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팟 플랫폼 서비스 이미지.

운송시장은 변화에 목말라 있다. 전통적 경영구조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1만2000곳이 넘는 업체 중 2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곳이 20%에 불과하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3~4%에 그친다. 연구개발(R&D) 투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로지스팟은 침체된 운송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디지털화를 가속화, 변화를 주도한다. 기업간거래(B2B) 화물운송 플랫폼을 2016년 출시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플랫폼을 통해 화주 업체와 화물 기사·운송사를 연결한다. 국내 유일 운송통합관리, 입출고 관리, 운송업계 전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연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수기업을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조건이 맞으면 수십곳도 인수할 수 있다”고 박재용 로지스팟 대표는 말했다. 그는 “디지털플랫폼 위에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촘촘하게 구성하겠다”며 “3~4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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