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미래 사회경제 파급력이 큰 도전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산·학·연 과학기술 역량을 집결시켜서 연구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범부처 혁신 도전 프로젝트'(가칭)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혁신본부는 기존의 추격형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성과 창출을 목표로 실패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 시 사회〃경제 파급력이 큰 혁신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음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파격의 연구 테마 발굴을 위해서 공상과학(SF)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벤처캐피털 대표, 철학자가 포함된 산·학·연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테마 발굴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이처럼 혁신본부가 고위험〃혁신형 R&D를 강화하는 한편 전략성과 독창성이 매우 높은 기획〃평가〃관리 방식을 도입하겠다며 기치를 든 만큼 '혁신 도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성과 창출에 몇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범부처 혁신 도전 프로젝트라는 명칭에도 드러나듯 혁신본부는 이 사업이 '파괴형 혁신'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파괴형 혁신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 기술만큼이나 시장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자 가운데에서는 파괴형 혁신을 혁신 기술이 더 강조되는 급진형 혁신과의 대칭점으로 보기도 한다.
혁신본부가 밝힌 것과 같이 이 프로젝트가 파괴형 혁신을 지향한다면 이때 '혁신과 도전'이란 단지 R&D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멈추지 않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포스트 R&D'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혁신본부는 이 프로젝트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벤치마킹해서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9년에 설립된 DARPA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가장 오랜 기간, 가장 오래 지속해서, 최고의 급진 혁신을 일궈 낸 기관으로 꼽힌다. 이런 DARPA의 성공 비결이 '파스퇴르 사분면'이란 특징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많은 전문가가 넓게 공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초 연구를 통해 세세하게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향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발 목표는 지극히 높고, 계약제이지만 최고라고 부를 만한 연구원들로 구성되고, PM은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관리자로서도 베테랑이다. 독립된 운영 대신 연구기간은 대개 3~5년으로 길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혁신본부는 이번 사업을 준비하면서 전략성과 독창성이 매우 높은 기획〃평가〃관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DARPA는 벤치마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혁신본부의 시도는 기존 R&D 사업이 목적으로 하던 기술 개발을 넘어 파괴형 혁신을 지향하고, 기초 원천 연구 기반으로 사회〃경제 파급력이 큰 난제 과제에 도전한다는 출사표를 내밀었다고 평가된다. 산·학·연 전문가를 아우른 '테마발굴협의회'가 중심이 돼 상상력, 전문성, 집단지성을 통해 도출해 낼 연구 테마와 혁신본부가 제안할 한국형 파괴형 혁신 모델이 우리나라 R&D 정책 지형을 바꿔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만일 이번 시도를 통해 파괴형 혁신과 파스퇴르 사분면을 우리에 맞게 재해석하고 성공시킨 첫 결실을 맺는다면 이번 혁신본부의 시도는 우리 R&D 정책의 철학과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기대를 함께 해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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