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 경제보복 멀어져가는 'AI강국'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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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 tigerdream@hanyang.ac.kr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을 묻자 “원, 투, 쓰리도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고 제시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이 해법을 받아들여 전국에 초고속인터넷 망을 구축해 오늘날 IT강국이 됐다.

지난 4일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첫째, 둘째, 셋째도 AI(인공지능)다. 한국이 AI에 올인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틈바구니에서 한국 경제를 재도약하는 묘안으로 AI를 제시했다. 이날은 일본 수출 규제가 개시된 날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주력 수출 산업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아베 수상의 '다테마에(겉마음)'는 징용 배상 및 위안부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혼네(속마음)'는 한국경제에 '잃어버린 20년' 피해를 입힌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한국경제를 망가뜨려 내년 총선과 정권교체까지 겨냥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20년 전만해도 가전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했다. 일본은 삼성에게 반도체 글로벌 패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보복으로 급소를 찌른 것이다. 정부가 부품 소재 육성에 나선다고 하지만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이 수출 규제 품목 육성에 집중할 때 AI 산업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앞서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려는 속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국민소득 4만 달러와 제조업 4대 강국을 한다는 344비전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은 5G 플러스 전략을 통해 5G강국 도약과 2022년 까지 세계 4대 AI 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일본은 한국이 5G강국에 이어 AI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가만 놔둘 리 없다. 산업화에 앞섰던 일본은 부품 소재의 시장 독점력으로 한국 수출 주력 산업을 쥐락펴락할 영향력이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5G와 AI산업에서 한국보다 앞서 나가려 한다.

일본 경제보복 위기를 극복하고 AI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첫째, 전략은 그만 발표하고 성과를 내는 정부 조직으로 변화하자. 전략발표 중심 정부에서 성과중심 정부로 전환하자. 부처별 칸막이를 뛰어 넘어 모든 정부 조직이 공동의 AI플랫폼을 활용해 원팀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자.

둘째, 각 부처에서 발표한 일자리 창출 전략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확인하자.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5G플러스. 4대 AI 강국, 제조업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 상황을 매주 업데이트하자. 월말, 분기별로 실적을 평가하자. 역대 정부가 수많은 일자리 창출 전략을 발표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자.

셋째, AI 정부 프로젝트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자. 과거 정부는 IT 시대에 전자정부를 구현해 수출한 경험이 있다. AI정부를 만들어 수출하자. 올해 안에 국방·의료·안전 등 공공분야의 대형 AI 프로젝트를 발주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자. 정부가 앞장서 AI 일거리 창출 환경을 조성하고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되면 AI벤처 붐이 일어난다.

넷째,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은 AI 분야에서 2∽3년 앞서 나가고 있다. 국내 AI 산업 육성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혁신적 방법을 구사하자.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는 세계 1등 AI기업에 투자 및 협력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들자. 손정의 회장을 대한민국 'AI멘토'로 모시고 AI강국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자문 받자.

마지막으로 IT와 5G의 융합을 통해 AI 산업을 발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자. AI 강국도약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다. 올 여름 더위와 일자리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줄 AI 일자리 태풍이 불기를 기대한다. 일본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견월망지(見月忘指)가 떠오른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 tigerdrea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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