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기관 건전성 '적신호'..."벤처 버블 직전 수준 왔다"

중소기업의 안정적 자금 조달을 책임져야 할 보증기금의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 벤처 거품이 꺼질 당시 수준으로 보증 운용배수가 급증했다.

각종 명목으로 중복·신규 사업을 늘려 온 결과다. 이런 부실 우려에도 정작 보증기관에서는 정치권의 힘을 빌려 정부 출연금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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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의 운용배수는 지난해 13.4배를 기록하며 2005년의 14.4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3~2005년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발생한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대규모 손실 당시 운용배수에 버금가는 규모다.

2000년 당시 8.8배 수준에서 유지되던 기보의 운용배수는 2001년 P-CBO 발행 이후 급증했다. 발행을 개시한 2001년에는 11.6배로 증가했고, P-CBO 만기가 도래하는 2003년에는 16배로 증가했다. 2004년 최대 17.4배까지 증가한 운용배수는 2006년이 돼서야 10배 아래로 내려왔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운용배수가 10.6배로 그나마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2017년 1분기 10.1배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운용배수는 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값이다. 기본재산의 20배까지를 운용배수 법정 한도로 정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10배 안팎에서 운용배수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증기관 운용배수가 급증한 것은 연대보증의 전면 폐지가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연대보증 폐지에 따라 대위변제액 등 보증기관의 손실 가능성이 짙어졌지만 공급은 계속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실태를 들여다보면 연대보증 폐지로 인한 합리적 손실 추정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은 상황이다. 제도 시행 이후 보증기관의 구상채권 회수금이 소폭 감소했다는 사실 외에는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연구한 자료조차 없다.

오히려 신보·기보 등 보증기관은 이미 보증을 선 기업에 대한 적절한 회수 방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증연계 투자 등 사업 영역 확대에만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 등 기본재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보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중기경영목표에는 2023년까지 운용배수가 22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감사원도 신보·기보의 이 같은 행태를 경고했다. 지난해 8~9월에 실시한 신보·기보 감사에서 각각 12개, 10개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책 보증의 공급·상환 체계부터 신보·기보 간 중복 보증, 중기경영목표 등 재정건전성 관리계획 등 각종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원은 “운용배수 유지를 위한 경영합리화 등 구체적 자구 노력 방안 등을 마련하거나 신용보증의 안정적 운영 및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단지 운용배수를 12.5배 이내에서 관리할 계획이라는 중기 경영 목표만 제시했다”고 밝혔다.

기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감사 직전인 지난해 6월 당시 운용배수가 12.1배까지 증가하면서 자체 적정 수준인 12.5배에 육박했음에도 보증 규모는 지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배수는 13.4배까지 늘었다.

기보 관계자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보가 운용배수를 언급할 수 없다”면서 “다만 특별보증 등을 시행할 때 금융사 대상으로 민간 출연금을 받아 리스크를 최소화하거나 구상권 청구 정책을 좀 더 강력하게 펼쳐서 부실 운용이 되지 않도록 세부 지침 등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 신·기보 운용배수 추이 (단위:배)

자료: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보증기관 건전성 '적신호'..."벤처 버블 직전 수준 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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