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가 일본 정부에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를 정식 요청했다. 개정안이 양국의 오랜 신뢰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글로벌밸류체인(GVC)을 교란시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 촉구 의견서'를 공식 전달했다.
의견서는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양국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무역 및 산업관계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글로벌밸류체인(GVC)을 교란시켜 양국 산업계는 물론 세계경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양국은 자유무역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출통제 및 관리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양국간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이유로 관리령 개정을 추진하지만 신뢰관계 손상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정부간 의사소통과 협의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국이 60년 넘게 분업과 특화를 통해 상호보완적 산업 및 무역구조를 형성하고 글로벌밸류체인 핵심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에 제3국 기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5단체는 “미래 신산업 및 서비스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일 우호적 협력과 분업관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발전적 우호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쌓아온 귀중하고 값진 양국의 우호적 신뢰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며 이번 일을 한일 기업인들이 더욱 협력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3대 경제자 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는 정치적 대립이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쿠라다 켄고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는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동력으로 (불매운동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편견 때문에 불매 운동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대립으로 양국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며 “양국 소비자 모두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이) 머지않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 같다”며 “좋은 것은 사고 싶어질 것”이라고 했다.
불매운동이 한국 사람의 일본 여행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일본은 애니메이션, 패션, 요리 등에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많은 것처럼 (한국인들도) 좋은 것은 좋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