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제도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가 첫발을 뗐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관련 민관협의체가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국무조정실, 문화체육관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자와 찬성 및 반대 의견을 대변할 민간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민관협의체는 의료계 3명, 게임계 3명, 법조계 2명, 시민단체 2명, 관련 전문가 4명 등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협의체 운영을 주도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제도적 차원에서 보충 의견을 내는 역할”이라면서 “민간전문가들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그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민관협의체 운영이 시작됐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찬반 의견차가 너무 뚜렷해서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협의체 구성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각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구성돼 교집합이 없다”면서 “국내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제도 도입 여부를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이라고 난망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의 국내 도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논의해야 할 문제다. 협의체는 마라톤 논의를 이어 가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 관련업계의 지속 관리 및 관심이 있어야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은 이르면 2025년 KCD 개정에 게임이용장애 질병화를 안건에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개정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2030년까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KCD 개정 주기가 5년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통계청이 열쇠를 쥐고 있고 정부 역할은 협의체 옵저버(관찰자)에 가깝기 때문에 빠르게 결론이 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안에 관여한 관료와 전문가들이 바뀌는 등 논의가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화가 강행되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걱정했다.
민관협의체는 이날 의료계와 게임계가 공동으로 선행연구를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국내 게임이용 장애에 대한 공동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구체적 연구와 조사 일정은 별도 논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민관협의체가 발족되면서 장외 여론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등 간접영향권에 든 부처도 별도로 교육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초 조사에 들어갔다.
게임학회, 게임산업협회 중심으로 모인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네티즌을 조직화한 '게임스파르타300'을 모집하고 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 등 의학회 5개 단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자 6월 지지 성명을 냈다.
<표>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위원 구성 (출처:국무조정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