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헬스케어 상생·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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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전통의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병원이 차세대 성장 먹거리 산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기존의 ICT 산업 자체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고 고령사회가 대두함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애플은 미국 200여개 병원을 연결해 병원이 보유한 개인 의료데이터를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열람 및 관리할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IBM은 서지학 자료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을 사업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는 AI 의사 왓슨을 대체하기 위한 의료AI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병원에서는 임상시험에 ICT를 이용해 환자 모집에서 데이터 분석까지 임상시험 전 단계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CT와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조차 초대형 병원 또는 거대 기업과 협업하지 않는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의사와 환자가 ICT를 이용한 원거리 진료 행위를 원칙상 법으로 금지돼 있다. 국내에서 의료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서 기술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 개입될 경우 일반 사기업이 국민건강 결정자로 역할, 의료 민영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특정 병원 중심으로 자체 개발을 하거나 ICT 기업 용역을 통해 병원 내 하나의 서비스로 개발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중심은 충분한 자본과 인력이 확보된 특정 대형 병원의 잔칫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의료 문턱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낮아서 환자는 언제라도 자신이 진료를 받기 원하는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 환자는 대수롭지 않은 질병조차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진다. 여기에 대규모 인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병원이 AI와 ICT 기반 혁신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마련해 환자를 유치하는 현실에서 정부는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환자의 도덕성 해이' 때문으로 여긴다. 그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아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기본 정책은 대형 병원의 의료 정보 고도화 사업에 집중돼 왔다. 양질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대형 병원 위주로 구축돼 영세한 1, 2차 병원과 지방의 3차 병원은 이를 지켜보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에 대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주역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그동안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이를 적극 수용한 풀뿌리 1, 2차 의료기관이 돼야 한다.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제2의 카카오'가 등장할 수 있다. 1, 2차 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상생·발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한다.

한현욱 차의과대 교수 stepano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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