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 현금 거래가 성행하는 음식배달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 감면이라는 당근책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정부 입법으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이하 생물법) 발의를 준비하면서 해당 법에 부가가치세 감면 조항을 담았다. 생물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업체 대상으로 조세 감면 혜택을 한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배달대행업계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물론 실제 감면을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생물법 반영으로 개정 추진의 근거가 마련됐다.
생물법에는 물류 산업 혁신 방안이 담긴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퀵서비스·이륜차 배달기사 보호 대책도 포함됐다. 법 개정 요구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관련 업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배달 대행 본사나 지사가 매출 세액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전액 납부해야 한다. 부가세는 매출 세액에서 매입 세액을 뺀 금액으로 결정한다. 매출 세액은 상점에서 발행한 세금계산서 규모에 비례해 늘어난다. 반면에 매입 세액을 확보할 방법은 없다. 배달기사로부터 걷어야 하지만 이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달기사는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없는 면세 사업자다.
이 때문에 기존의 배달대행 시장에서는 현금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배달대행 본사가 직접 계약하는 기업간거래(B2B) 물량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서가 발행돼 거래 증빙이 남지만 지역 단위 지사와 개별 상점 간 거래는 대부분 현금을 주고받는다. 사실상 무자료 거래다. 구조를 살펴보면 배달대행 지사는 상점으로부터 월 가맹비와 배달료를 챙긴다. 배달료의 90%는 배달기사 몫이다. 무증빙 거래는 지하경제 형성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부가세 감면 조치로 시장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가세 부담을 더는 만큼 세금계산서 자진 발행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 누락 감소에 따르는 추가 세수 확보도 가능하다. 현금 거래로 인한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양성화는 소상공인에게도 이득이다. 서울 시내 한 상점주는 “배달대행 지사와 계약할 때 정식 계약서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면 연말정산 시 환급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상점주는 “배달 주문이 늘수록 대행료가 올라간다”면서 “비용 증빙도 어려워서 정산 때마다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온라인·모바일 음식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조7173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성장했다. 2013년 3670억원보다 7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는 올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