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청와대에서 일본 수출규제 위기 속에 회동했지만, 일본 조치 철회와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표문을 내는데 그쳤다. 본회의 일정과 추가경정예산안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여야 5당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초당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공동발표문을 내는 데 그쳤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오전 여야 5당 사무총장들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후에 있을 청와대 회동에 앞서 합의문 사전조율에 나섰지만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났지만 결국 공동 발표문으로 만족해야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일본 경제보복 조치 대응 방안을 두고 큰 틀에서 뜻을 함께 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정부가 법적·제도적 지원을 하는 부분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대통령과 여야가 대체로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발표문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고 내용이 담겼다. 또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본 수출규제 문제 외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을 나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 대전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와 정경두 국방부장관 해임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특히 추경안을 두고는 대통령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통과가 시급하다고 촉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10차례 넘게 추경 처리를 강조했다. 여야 4당 역시 본회의에서 추경안 처리를 하자고 촉구했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본회의에서 추경 처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대통령과 여야 4당의 촉구가 있었지만, 황 대표가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추경에 관한 이야기를 공동 발표에 넣자고 했지만, 섣불리 발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추경은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았고, 추경 범위나 대상, 이런 것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해야 될 부분도 많이 남아 있는데 섣불리 발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 부분 관해서 좀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오늘 회동 만족하냐 물었더니 만족 안한다고 했다. 추경안이 안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며 “대통령이 모두 발언해서 추경을 말하고 이해찬 대표도 적극 했다”고 말했다.
회동에서 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며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시간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정책 대전환 결단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며 “경제는 시장에서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은 버려 달라”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 안보라인 교체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회동에서 야당은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당이 양보하고, 한국당이 요구하는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라는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