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애플 앱스토어에서 국내 전용 카드로 모든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앱스토어는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 카드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으로 꼽히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한국 전용 카드 결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비자, 마스터 등 글로벌 카드사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5조원 규모의 애플 콘텐츠 결제 시장에 국내 카드사가 참여하면서 해외 브랜드 카드사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8일 금융·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롯데 등 5개 카드로 애플 앱스토어 결제가 허용된다. 이들 5개 카드사는 최근 애플과 앱스토어 시스템 연동에 착수했다. NHN한국사이버결제가 전자 지급 결제 대행사로 선정했다.
이번 애플 앱스토어의 국내 카드사 연동은 신용카드 업계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5조원 규모의 애플발 콘텐츠 결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최초로 애플 앱스토어의 결제 플랫폼에 연동된 바 있다.
애플과 시스템 연동을 추진하고 있는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 5개 카드사 모두 애플 앱스토어와의 결제에 연동한다는 협의를 마쳤다”면서 “비자 등 해외 브랜드 카드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 결제는 글로벌 카드사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속성상 주력으로 사용하는 카드가 있다. 꼭 필요한 결제에 사용하는 카드가 주력 카드인 경우가 대다수다. 앱스토어 결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주력 카드를 바꿀 공산도 커지는 셈이다. 상당수 앱스토어 이용자는 해외 비자·마스터 카드 결제에 익숙해 있고 비중도 압도적이지만 이 같은 의존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용 카드로 해외 결제가 가능한 '언 크로스 보딩' 결제 시대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애플 앱스토어 연동에 이어 중장기로 오프라인 부문의 애플페이 결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대형카드사 일부가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카드사는 대표가 직접 애플 일본법인과 만나 한국 진출 등을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애플은 애플페이 한국 진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앱스토어와 국내 카드사 연계도 애플페이 추진과는 별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와 결제 수수료 문제로 2년 전인 2017년에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 카드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카드사에서 로열티 명목으로 상당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몇 년 동안 형성돼 온 협력 관계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애플은 한국에 이어 다른 국가에서도 현지 카드사와 앱스토어 결제 연동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비자카드 관계자는 “경쟁 카드사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말할 위치가 아니다”며 자리를 피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