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가 무산되더라고 당장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오는 24일까지 자국내 의견 수렴 예정인 한국의 화이트국가 리스트 배제 등 또 다른 규제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제안에 응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중재위 설치 기한인 18일까지 한국이 응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는 한국에 긍정적인 대응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시한 다음날인 19일 일단 징용 패해자 문제를 둘러싼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같은 날 교도통신에 “한국이 청구권협정에 기초한 분쟁 처리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ICJ 제소로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 측 행동을 지켜보면서 제소 시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중재위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표명했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의 화이트국가 리스트 배제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8월 중 관련 법 규정을 고칠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의 협의 요청을 당분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8월에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반도체 이외 자동차 산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한국을 다양한 카드로 압박을 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우리 정부는 일단 국제사회에 일본 조치가 부적절함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양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격돌한다. 양국이 고위급 정부 인사를 파견해 직접 발언할 방침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외무성이 일본 측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 경제국장을 보내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WTO 일반이사회는 전체 회원국 대표가 WTO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고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관 역할을 한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올랐다. 양국 파견 인사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해당 의제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