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으로 취급받던 PC방이 다시 부상한다.
국내 게임사는 별도 투자 없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있고, 해외 대형 게임사는 주요 유통 플랫폼으로 인정한다. 여기에다 게임사와 이용자 간 소통 창구인 e스포츠대회 무대로도 사용된다. 정부도 생활체육공간으로 주목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PC방 산업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24시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게임 유통통로이자 이용자 접점으로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는 PC방이 새로운 유통통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PC방 산업이 2020년까지 3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PC방 산업 규모는 1조7000억원이며 전체 게임 시장 중 13%가량 책임진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PC방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다. 펍지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덕분에 잠시 화색이 돌기도 했지만 2001년 2만2548곳에 달했던 PC방 갯수는 올해 1월 1만480개로 줄었다. 비인기 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사양이 비교적 낮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고사양 PC에 대한 요구가 적은데다 전면 금연이라는 규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대중화로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PC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분산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저출산으로 게임을 많이 즐기는 10~20대 인구가 줄어든 점도 PC방 쇠퇴를 부추겼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용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업주에게는 운영 부담으로 작용했다.
PC방 산업에 제2 전성기가 도래하는 데는 복합 요인이 자리한다.
우선 해외 게임사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PC방을 주요 통로로 삼고 있다. PC방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 즐기는 파급력을 이해하고 향후 e스포츠 확산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국내 게임사는 매출 확대를 위해 PC방 산업 성장에 힘을 싣는다. 게임사 PC방 사업은 일종의 결제대행(PG)이다. 게임마다 책정된 금액에 따라 해당 게임이 플레이 되면 요금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게임처럼 대규모 개발비를 들여 개발비를 들일 필요가 없고 추가 인프라 투자 없이도 꾸준한 매출을 낼 수 있다. PC방 자체는 줄고 있지만 게임사에 요금을 납부하는 회선(IP)자체는 늘어나는 것도 사업 확장 근거다.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건 네오위즈다. '슬러거' '아바'와 웹보드 게임 등 장수게임만 서비스하던 네오위즈는 최근 '포트나이트'에 이어 '레인보우식스:시즈'를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3분기 중 서비스한다. PC방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대형게임사게임을 모두 품었다.
전국 1만개가 넘는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웹젠은 PC방 자체 변신을 시도해 매출 상승을 노린다. 이르면 올여름 지방에서 무인 PC방 시범서비스에 돌입한다. 거대 게임사들도 PC방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넥슨은 연결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을 통해 PC방 사업을 영위한다. PC방 광고플랫폼과 관리 솔루션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PC방 운영 솔루션업체 십년지기를 인수해 PC방 운영을 위한 토털 솔루션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역시 거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가지고 있어 각종 혜택을 제공,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PC방 점유율은 1년새 10배 성장했다.
최우혁 네오위즈 PC방사업총괄 팀장은 “결국 PC방 사업은 좋은 게임을 어떻게 서비스하는지가 핵심”이라며 “좋은 게임을 찾아 좋은 콘텐츠와 혜택을 주는 것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