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액권 지폐 인물은 'AI의 아버지'로 결정

'인공지능(AI)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지폐로 부활한다.

영국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새로운 50 파운드(약 7만 3600원) 지폐에 들어갈 인물로 앨런 매티스 튜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50 파운드는 영국 지폐 중 최고액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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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매티스 튜링

지폐 인물 후보로는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기여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기계식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한 찰스 배비지, 방사능 법칙을 세워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스트 러더퍼드 등이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은 앨런 튜링이 선정된 이유를 그의 업적이 다방면으로 현재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인물이다. 그는 알고리즘 계산 개념을 형식화한 '튜링 머신'으로 컴퓨터 과학을 크게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해 지금까지도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시험하는데 쓰이고 있다. 세계 컴퓨터학회(ACM)는 컴퓨터 과학에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역시 그의 이름을 딴 '튜링상'을 매년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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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받던 동성애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기소되기도 했다. 화학적 거세를 당한 그는 41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의 죄를 사면했다.

50 파운드 새 지폐에는 앨런 튜링의 모습과 함께 그 업적을 소개하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될 계획이다. 튜링이 설계한 최초의 컴퓨터 'ACE Pilot' 사진과 암호 해독기 'Bombe' 청사진이 들어간다. 그 위에는 튜링 기계 논문 'On Computable Numbers'에 나온 그래픽 등도 쓰인다.

영국은 단계적으로 기존 종이 지폐보다 수명이 긴 플라스틱 필름을 입힌 폴리머 지폐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 5 파운드(약 7360원), 10 파운드(약 1만 4700원) 지폐에는 각각 윈스턴 처칠 전 수상,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선정돼 유통되고 있다. 내년 발행되는 20 파운드(약 2만 9400 원) 지폐에는 영국의 화가 윌리엄 터너가 들어간다. 새 50 파운드 지폐는 2021년부터 유통을 시작할 계획이다.

영국 영란은행은 새 고액권 지폐를 기획하며 특별히 과학을 주제로 공모해 다양한 25만 건의 아이디어를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과학자를 자국 지폐에 넣은 국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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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덴마크 크로네 옛 지폐[출처] AI의 아버지 돈으로 다시 태어난다|작성자 테크플러스

덴마크의 500 덴마크 크로네 옛 지폐에는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닐스 보어가 있었다. 물리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보어의 원자모형'으로 유명한 그는 고전 물리학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증명하고 양자 물리학으로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덴마크 지폐에는 모두 교각(다리) 도안이 쓰인다.

일반 상대성 이론 등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지폐에 등장했다. 독일 출신으로 스위스와 미국에서 살았던 그는 과거 이스라엘 리라 5 리롯 지폐에 얼굴을 올렸다. 의아할 수 있지만 그는 유대인으로 초기 건국 당시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대통령직을 제안받았지만 물리보다 더 어렵다며 거절한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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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5 리롯 옛 지폐

우리나라 지폐에도 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등장한다. 1만 원권 지폐에 있는 세종대왕이다. 과학자라 부를 수는 없지만 장영실 등 조선시대 과학자와 백성의 생활과 농업에 영향을 주는 과학 기구 발명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다. 지폐 뒷면에도 천문학 관측 기기인 국보 제230호 혼천의 등 과학 상징물들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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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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